인천시가 산하 각급 기관들에 속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단계적으로 직접 고용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이와 같은 조치를 취했던 사례가 있지만, 광역자치단체에서 나선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다.

‘희망버스’로 상징화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시대에 시가 이와 같은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결심한 것을 환영한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한, 관련 연구용역을 담당하기로 한 인천발전연구원 측의 우려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시의 이번 대책은 미흡한 점이 여럿 있다. 세부계획 수립과정에서 많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완성된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시의 대책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조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의 의견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기준의 문제이다. 시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무기계약직화 대상 규모는 시 산하 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2680명 가운데 30% 정도인 800여명으로 알려졌다.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며 상대적으로 노동여건이 열악하고 저임금인 노동자’를 기본 기준으로 정한 후 일단 이에 부합하는 청소ㆍ기계ㆍ전기ㆍ소방 업무 영역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경력ㆍ실적ㆍ연령 등을 고려해 대상자로 선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이 업무 영역을 나눠 특정 업무를 무기계약직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하는 것은 업무 영역 간 형평성, 차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또한 대상 업무 선정을 위한 기준도 현재로써는 모호하다. 이는 인천발전연구원 측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태조사가 필수적이다. 예산 제약 등에 의해 불가피하게 선별적, 단계적 무기계약직화가 필요하다면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한다.

둘째는 시의 이번 대책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긴급한 필요성이 동의되고 있는 다른 차별 완화 조치 계획이 병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대표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최근 사회적으로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휴게 공간 설치 의무화, 용역화된 업무에서 노동자의 임금ㆍ고용 등에 대한 관리감독의 실질적 강화와 같은 조치이다. 이 같은 조치를 공공부문에서 시작하는 것은 민간부문 확대를 고려한다면 매우 당연하고도 긴요하다.

또한 불가피하게 무기계약직화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업무 영역 노동자들의 차별을 줄이는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셋째, 예산 확보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한다. 총액인건비제,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의 각종 감세 조치로 인한 지방교부세 감소, 시의 천문학적인 부채 등의 현실 제약 조건 속에서 시가 비정규직 대책 재원을 연간 수십억원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시가 기본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는 공무원들의 각종 수당 폐지와 축소를 통한 재원 마련은 매우 걱정스럽다.

2000년대 이후 계속된 공무원 신규채용 축소, 그리고 총액인건비제와 연동해 2008년부터 시행돼온 공무원 조직개편 등으로 공무원들의 노동 강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졌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수당 폐지는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라는 시의 이번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다. 더욱이 이 같은 방안을 공무원사회에서 선뜻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재원 마련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소요예산을 보다 정확하게 추산해야한다. 예를 들어 시의 이번 계획에 따라 용역에서 직영으로 업무가 전환됨으로써 절감되는 예산(=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 등도 충분히 반영해야한다.

올해 초 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화를 시행한 노원구의 경우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전체 예산 가운데 약 5~30%를 차지하는 용역업체의 이윤 등의 관리비가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구의 예산절감으로 수렴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의 비정규직 대책에서는 민간위탁기관ㆍ업체 소속의 노동자들은 애초에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민간위탁을 최소화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확대를 원천적으로 막는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민간위탁 대상 사업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조례 제정 등의 조치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문경근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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