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공인노무사
추석 명절 바로 직전인 9일, 정부와 한나라당은 7대 분야 30개 추진계획을 담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풀지 못하고 방치하면, 사회 통합과 양극화 해소는 물론 지속적 성장의 기반 조성과 공정사회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김황식 국무총리)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복지를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것에 비하면 그 내용은 너무 부실하고 실망스럽다. 비정규직 문제가 도대체 무언가. 무분별하게 양산, 사용되는 비정규직의 양적 확대가 그 첫 번째 문제이고,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복지 등에서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 것이 그 다음 아니던가.

그러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쏟아놓은 이번 종합대책은 한마디로 대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른바 빨간약 ‘아까징끼’를 발라놓은 것에 불과하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 확충이라고?

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가장 내세우는 것은 저소득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반 이하가 4대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열악한 상황에서 사회보험료 국가 지원은 반가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한마디로 ‘새 발의 피’다. 내용인 즉,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최저임금의 120%(월 124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을 ‘3분의 1’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4대 보험 미가입 노동자 380만명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혜택의 규모가 너무 작다. 더군다나 4대 보험 의무가입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미가입된 이유가 사용자의 책임 회피와 비정규 노동자가 갖는 높은 보험료 부담 때문인 것을 감안하면, 보험료 ‘3분의 1’ 지원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임금격차 해소는 손도 안 대

비정규직 노동자는 주로 한시적(기간제 근로), 사내하청, 시간제, 파견 노동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정규직 노동자들과 같은 현장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수준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 아울러 각종 복지혜택이나 상여금 등에서도 차별이 심하며, 심지어는 배제되기도 한다.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올려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이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의 80% 이상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임금 및 근로조건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차별을 줄이겠다고 하는데, 그 내용이 어떻게 정해질지, 비정규직 관련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진정한 공생으로 가는 길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대학생 반값등록금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 정부의 반값등록금 공약이었던 것이 한나라당의 등록금 인하로 변색되고 결국에는 흐지부지 ‘장학금 확대’로 주저앉아버린 일 말이다. 이미 현 정부의 녹색, 친서민, 공정사회가 허구임이 적나라하게 들어난 마당에 새삼 공생에 큰 기대를 걸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진정성이 무너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추진배경에서 밝혔듯이 소득 양극화와 대ㆍ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해소, 사회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취약한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간제 사용 제한, 사내하도급에 대한 철저한 책임과 규제 등을 법에 명확하게 규정해야한다.

그리고 정부가 먼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바꾸는 실천을 보여야한다. 이것이 공생이고 이것만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이 무면허 돌팔이 의사든가, 아니면 환자를 살려낼 의지가 없는 것이든가, 둘 중에 하나임을 분명하게 일깨워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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