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자연현상에 대한 예리한 관찰자들에게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 하나는 옥수수와 사탕수수 같은 작물은 밤에도 키가 잘 자란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인 이 야간의 줄기 신장을 제어하는 생화학적 메카니즘은 밤 동안 식물의 리드미컬한 생장을 조절하는 ‘이브닝 복합체(evening complex)’ 때문이다. 더욱이, 이 단백질 복합체는 줄기 신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들과 생물학적 시계(circadian clock)를 통해 서로 긴밀하게 협동해 작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물이 밤과 낮에 걸쳐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생장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식물은 늦은 밤 불규칙적으로 생장하고, 동트기 바로 전에 줄기 생장이 가장 빠르게 일어난다. 실제로 사탕수수 같은 일부 식물은 매일 밤 1센티미터 이상 생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일주기 시계는 사람을 비롯한 여러 종들에서 발달과 생리적 과정들의 타이밍을 통제하지만, 이를 밝혀내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런데 애기장대 식물은 이런 종류의 분석에 매우 이상적이다. 그 이유는 매우 정교한 유전적, 생화학적 기술을 적용해 하루 중 다른 때의 분자적 상호작용을 연구할 수 있고 식물 발달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애기장대에서 식물의 줄기 생장을 조절하는 조기개화 3(Early Flowering 3, ELF3: 일찍 꽃이 피는 것), 조기개화 4(ELF4) 그리고 식물 생장 조절(LUX) 유전자가 모여 하나의 단백질 복합체로 작용하는 이른 저녁에 그 활성이 최대이다. 즉 조기개화 3 유전자는 조기개화 4 유전자와 LUX 유전자가 함께 모이게 하는 결합단백질로 작용해 ‘이브닝 복합체’를 만들며, 이로 인해 복합체를 구성하는 세 요소의 생물학적 활성이 저녁에 최고조에 달하도록 한다.

그런데 이 세 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로 기능이 소실되면 식물의 생물학적 시계가 붕괴되고 줄기 신장과 조기개화가 촉진된다. 즉 이들이 식물의 생장에 브레이크처럼 작용하며, 돌연변이가 될 경우 식물이 훨씬 더 신장되도록 한다. 또한 이브닝 복합체는 식물 생장 촉진에 중요한 유전자인 생장 촉진 유전자(phytochrome interacting factor) 4(PIF4)와 PIF5의 활성을 저해한다. 이 복합체가 하루의 끝 그리고 이른 밤에 이 두 개의 유전자와 결합해 식물이 생장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이브닝 복합체 수준이 감소하면 이 생장 촉진 유전자가 발현돼 줄기 신장이 초래되는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생장에 대한 브레이크가 사라진다.

식물 생장에 대한 생장 촉진 유전자(PIF4, PIF5)가 식물 생장을 가져오는 페달을 조절하고, 반면 이브닝 복합체를 생성하는 세 개의 유전자(ELF3, ELF4, LUX)는 브레이크처럼 작용해 식물의 일주기 시계와 가장 신속한 생장이 늦은 밤과 동트기 바로 전에 일어나도록 한다. 이와 같은 야간의 식물 생장에 대한 이해는 더 빠르게 생장하거나 생산량이 더 많은 새로운 작물 육종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이수인 국립농업과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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