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숙경 전국보건의료노조 인·부천지역본부장.
“배가 아파 미국 병원 간 첫날 9853달러, 며칠 뒤 재검 가서 3200달러 나왔다. 치료는 뱅기(=비행기) 타고 한국 와서 했다. CT(=컴퓨터 단층촬영) 한 장 찍었을 뿐인데 1000만원이 청구된 고지서를 받아들고 삼성의 품에 의료민영화까지 넘겨줘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지난 7월 20일 7년 전 ‘안기부 X파일’ 보도로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던 이상호 MBC 기자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2년째 미국연수 중인 그는 “치료비 내느라 줄 파산 나고 있는 미국의 망국병을 누가 수입하자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것이 전 국민이 건강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영리병원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러한 영리병원을 송도에 세우자고 한다. 600병상 규모의 외국영리병원이 세워진다고 해도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과연 그럴까?

1998년, 2000년 요양기관 대표자들이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의해 영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 등이 침해됐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고,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2년에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가 ‘공공복리를 위한 기본권 제한’으로써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해 9월에 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임의비급여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헌법소원을 제기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송도 영리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를 보여준다.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순간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은 앞 다퉈 ‘역차별 금지’를 내세우며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를 요구할 것이 불을 보듯 뻔 하다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돈을 벌기 위한 병원이다. 외국병원들은 송도에 병원을 세울 경우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진료를 요구했고, 대형병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한병원협회는 ‘외국병원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고, 국내 병원에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결국 송도 영리병원에는 내국인 진료가 허용됐고, 국내 의료자본이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인 지분 50%를 안고서 영리병원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영리병원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의료비를 높게 받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아 진료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의 사례처럼 CT 한 장에 1000만원을 받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서는 영리병원은 이미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있는 현재 우리나라 의료인력 임금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이를 감안해 경제자유구역법은 노동자에게 주1회 이상의 유급휴가를 주게 돼있는 근로기준법 55조와 상관없이 무급휴일로 할 수 있고, 간호사ㆍ의료기사 등 전문직종의 파견업무를 금지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5ㆍ6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나 의료기사 등 필수의료인력을 정규직이 아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파견기간도 무한정 연장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러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은 파견근로자인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또한 유급휴일조차 보장하지 않는 저임금 외국인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다. 그뿐인가? 외국인투자기업의 경영활동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방자치단체는 외국인투자기업에 토지 임차료 감면뿐 만아니라 의료시설 등의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개발시행자들에게 법인세ㆍ소득세ㆍ관세ㆍ취득세ㆍ등록면허세 등을 감면해주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영리병원은 갖가지 세금혜택을 누리면서 저임금 병원노동자들을 고용하고, 환자를 진료해 벌어들인 돈을 병원에 재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이익으로 배당하게 된다. 비정규직의 무한한 양산이 인천시 일자리 창출의 목표인가, 많은 세금 혜택과 비싼 진료비를 통해 벌어들인 돈이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배당되는 것이 인천경제를 살리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천은 돈이 없어 병원진료를 포기하는 시민 비율이 전국 3위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송도에 서민들은 이용할 수도 없는 값비싼 영리병원을 온갖 세금혜택을 주면서 세워야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이 지금도 부족한 공공의료기관은 물론 서민들이 이용하는 중소병원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은 인천시민의, 국민의 생명을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 지금 국민들은 무상급식ㆍ무상보육ㆍ무상의료의 복지국가를 열망하고 있다. 2002년에 통과된 경제자유구역법에 근거를 둔 영리병원이 왜 지금까지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