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부원초등학교 교사
몇 년 전 근무하던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아이가 지각을 한 데다 숙제를 검사하는 여교사에게 반항해, 둘이 거의 싸우다시피 한 일이 벌어졌다. 아이를 때린 여교사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분을 이기지 못해 학년협의회실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댔고, 아이는 반항하며 학교를 뛰쳐나갔다.

아이의 사정은 이랬다. 아이의 엄마는 새 엄마였고, 생계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새 엄마가 낳은 동생은 아직 너무 어려 아이가 돌봐야했다. 실직자인 아버지는 술에 취해 살고 직장일로 힘든 새 엄마와 부부싸움이 잦아, 아이는 친엄마처럼 새 엄마가 집을 나가버릴까 봐 늘 불안해하는 상태였다.

전날 밤도 부부싸움 때문에 숙제를 못하고 불안에 떨다가 학교에 늦게 온 것이고, 숙제한 것을 내라고 하니 아이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반면에 잘 가르치고 싶고 가르친 부분을 다 습득하게 하고 싶은, 성품이 좋은 선생님은 지각에 숙제 제출까지 이유 없이 반항하는 아이를 보면서 갑자기 이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상담하자, 아이는 금방 마음을 열고 자신의 사정을 들려줬다. 아이는 부끄러운 자신의 처지를 많은 친구들 앞에서 말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을 다그치는 선생님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우리 교육에는 이런 현실에 필요한 상담자가 없다. 가정불화로 인한 학교 부적응 아이들의 다양한 고민을 받아주고 감싸줄 대책이 사실상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마다 아이들을 위한 대화의 장이나, 그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나, 상담교사들이 마련돼야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예를 든 아이와 교사의 충돌과 같은 사고 형태에서 체벌이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기 전에 아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상담시스템을 갖추는 게 절실하다.

전업주부나 지역의 유휴인력을 상담자로 채용해 사랑의 메신저로 나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면 예산을 절감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낯설기도 하고 부작용이 우려돼 그 실행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기자식만 챙기려하고, 교사의 관심을 더 받게 하려고 여러 가지 형태로 학교를 기웃거리기도 한다. 교사의 눈길이 자기 자식에게 한 번 더 가는 동안 그 눈길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에게 가지 못 한다는 걸 생각하는 학부모는 매우 드물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도, 국가도 무너진다. 상처받은 아이가 제 때 치유 받지 못하고 먼 훗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또한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가정이 무너져도 교사의 따뜻한 웃음과 위로 한 마디에 아이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학교가 황폐화되고 있지만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조금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도 아이들은 쉽게 변화한다.

냉가슴의 우등생과, 잘사는 집 아이들과, 약간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소외된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자라고 있다. 가정 형편 등이 서로 다르지만 아이들은 모두 착하고 사랑스럽다. 다만 아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공정하지 못한 환경이 주변에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직접 대하는 교사들은 상담자로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전수하는 자와 배우는 자로서 만나게 된다. 옳고 그름을 저울질하기보다 아이들이 바르게 딛고 설 수 있도록 도와줘야한다. 학교가 정말 인간적인 배움의 장이 되려면 교사가 자질을 갖춰야하고, 아이들을 감정으로 대하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교사 스스로 존경할 만한 자질을 갖춰야만 어려운 사정의 아이들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으로 인해 교사가 일상적으로 아이들과 상담하기 어렵고, 일이 생겨야 겨우 상담이 이뤄지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온 동네가 아이들을 함께 키워도 모자랄 판에 내 아이만 앞줄에 세우면 만사형통인 사회가 돼버렸다. 동네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인성교육의 의무가 전혀 없는 학원으로 사라져 비정상적인 교류나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공교육을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쟁에 아이, 부모, 교사 모두가 힘들어하며 여기저기서 폭발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구나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학교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선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며 배려하고 공감하는 사회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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