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립 성금 4억 5천만원 넘어 … ‘어디에 건립될까?’ 관심

 

▲ 죽산 조봉암 선생.

항일 독립운동가 출신으로 한국 근현대사에 진보이념을 알렸던 죽산(竹山) 조봉암(1898~1959년) 선생을 기리는 동상 건립 운동이 인천에서 점화됐다.

동상 건립 운동을 전개하는 새얼문화재단(이사장 지용택ㆍ이하 새얼)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노총 박병만 인천 본부장이 100만원을 시작으로 3개월 만에 3억 5266만원이 자발적으로 모금됐다. 모금엔 1천명이 참여했다. 죽산의 무죄 판결 이전부터 동상 건립을 위해 새얼이 모은 1억원을 합하면 4억 5천만원이 넘는 셈이다.

죽산은 1899년 인천 강화군 선원면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3.1운동 때 독립만세를 부르짖다 체포돼 1년간 옥살이했다. 또한 공산당 계열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다시 잡혀 8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인천에서 지하 노동단체를 조직, 비밀리에 활동했다. 해당 후 건국준비위원회 인천부지부 등에서 활동했으며, 1946년 박헌영과 갈등을 계기로 좌우합작운동에 참여했다.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 때 인천에서 출마해 당선됐고, 국회 헌법기초위원장으로 헌법 제정해 참여했다. 대한민국 1대 농림부장관과 2대 국회 부의장을 역임했으며, 2․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다. 3대 대선 때는 지지율 30%를 얻어 이승만 정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58년 상인 양명산을 통해 북한의 정치자금을 건네받았다는 혐의(간첩죄)로 진보당 사건에 연루돼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승만 독재 정권하에서 당시 특무대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2심과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52년만인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간첩이란 누명을 벗게 됐다.

무죄 판결에 앞서 인천에선 죽산의 무죄와 복권을 위한 움직임이 10년 전부터 활발하게 전개돼왔다. 죽산추모사업회와 인천의 뜻있는 인사들은 2001년 7월 강화군 갑곶리 강화역사박물관 옆 진해공원에 높이 240㎝, 너비 75㎝의 죽산 추모비를 세우기도 했다.

무죄 판결 이전부터 죽산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모금운동을 벌여온 새얼은 무죄 판결 후 죽산의 정치적 가치를 되찾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

지용택 새얼 이사장은 “죽산 조봉암의 동상을 건립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인천) 지역의 정치인 한 분을 복권하고 기리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오랜 세월 이념으로 갈렸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라며 “평화통일의 정신을 가슴에 새기는 시민정신운동으로 승화해나가기 위함”이라고 모금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 운동엔 성별, 연고, 신분의 높고 낮음이 없으며, 여야가 없고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며 “바다가 물을 가리지 않는 정신인 해불양수(海不讓水)의 도시 인천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 3월 9일 열린 새얼아침대화 300회 기념식에서 지용택 이사장이 죽산 조봉암 선생의 장녀인 조호정씨를 비롯한 죽산 추모사업회 관계자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때 힘들게 죽산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각계각층 모금운동 동참 … 가족단위 참가도 ‘눈길’

실제 죽산 동상 건립 모금운동엔 남녀노소, 여야,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많은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인사로 ▲이기인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장(300만원) ▲지용택 새얼 이사장과 가족(1000만원) ▲임남재 전 임남재소아과 원장(500만원) ▲이기상 영진공사 회장(500만원) ▲이왕준 인천사랑병원장(500만원) ▲현창수 태양산업 대표(500만원)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목사(700만원) ▲천무엽 신생감리교회 목사(100만원) ▲덕해 황룡사 스님(300만원) ▲혜경 전등사 스님(100만원) ▲인천불교총연합회(150만원) 등이 참여했다.

또한 노동계에선 ▲김성태 인천지역자동차노조 위원장(160만원) ▲박병만 한국노총인천본부 의장(100만원) ▲이해우 인천항운노조 위원장(300만원) 등이 참여했으며, 정치계에선 ▲신학용(100만원) ▲윤상현(100만원) ▲이윤성(100만원) ▲이학재(100만원) ▲조진형(1000만원) ▲홍영표(200만원) ▲홍일표(50만원) ▲황우여(300만원) 의원 등 여야 의원 대부분이 참여했다.

이밖에 인천지역 사회단체와 여성계, 경제계, 언론계 등에서도 모금운동에 동참했다. 특히 개인 참여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신용보증재단 직원 44명이 신문 보도를 보고 총45만원을 보냈으며, 동구청장과 직원 등 334명이 5000원에서 1만원씩 총229만 3000원을 기부했다. 논현고등학교 이덕호 교장과 교사 65명이 91만원을 모아 동참했고, 인천대와 인하대 교직원들이 동참했다.

가족단위 참가자들도 있다. 박길상 인천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본인과 두 아들의 이름으로 참여했으며, 김칭우 인천일보 기자는 태어날 아기 태명과 가족으로 30만원을 기부했다.

동상 어디에 건립할까? … 부평, “오욕의 역사 간직한 부평미군기지로”

죽산 복권 운동은 10년 전부터 진행돼왔다. 현재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박상은 의원은 10년 전 ‘조봉암, 누가 그를 죽였는가?(이영석 지음)’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간첩죄로 사형을 당한 진보 성향의 정치인 죽산의 정신을 찾고 기리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통해 당선된 단체장들이 죽산의 동상을 자신의 지자체로 유치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양상이다.

새얼 등에 따르면, 동구와 부평구, 강화군 등에서 죽산 동상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동구는 죽산이 배다리에서 국회의원 선거사무실을 개소하는 등 정치적 활동을 한 만큼 동구에 동상 건립을 희망하고 있다. 강화군은 죽산의 고향인 만큼 죽산의 동상은 강화군에 있어야한다는 의견이다.

부평구도 부평이 죽산의 국회의원 지역구인데다, 오욕의 역사를 상징하고 있는 부평미군기지(일제강점기 때는 조병창)에 친일역사박물관과 함께 죽산의 동상을 세우면 후손들의 역사의식을 고취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류수용 인천시의회 의장이 앞장서고 있다.

한편, 인천시는 이달 31일 죽산추모제를 서울 망우리 공원묘지에서 개최한다.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진행될 이날 추모제엔 송영길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원, 유관기관 단체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사업회는 이날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을 위해 휘경역에서 망우리 묘소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며, 죽산 선생의 저서인 ‘우리의 당면 과제, 내가 걸어온 길’을 나눠줄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