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지난 5월 19일 인천지역아동센터 운영지원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역아동센터 지원방안 모색과 인천시 아동복지정책의 나아갈 방향’이란 주제를 가지고 남동구청 강당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해당 시 공무원과 시의원, 전문가를 비롯해서 복지?시민단체 관계자가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동센터 관계자 등으로 객석이 가득 찬 이날 토론장에는 남구청장과 남동구청장도 함께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들을 모이게 했을까? 발단은 일부 아동센터에서 운영비 등의 관리 부실문제가 발생하자, 시가 단체급식소 이용아동의 출석과 결석을 확인하는 전자카드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데 있다. 이를 두고 아동센터 대다수가 이용아동의 인권침해 등 부작용이 많다며 반발하면서 이 자리가 만들어졌다.

시를 비롯한 각 기초자치단체는 전자카드 도입이 아동센터와 이곳을 이용하는 아동에 대한 정확한 자료 수집이 가능하기에 효율적이고 투명한 관리ㆍ감독은 물론 관련된 정책수립도 용이하리라 판단했다. 반면 아동센터는 카드발급 대상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을 구분하면서 빚어질 사회ㆍ심리적인 갈등은 물론이고 카드발급 대상아동의 개인정보마저 노출되는 등의 인권문제를 발생시키고, 특히 아동보호시설인 아동센터를 일개 급식소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양측의 주장은 나름 타당성을 갖는다. 그러나 옛 공부방이었던 ‘지역아동센터’가 걸어온 역사와 작금에 처한 현실에 근거해서 전자카드 도입논란 등의 제반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동센터는 방과 후 나 홀로 아동에게 안전한 보호, 급식, 교육 등 종합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아동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지원하는 아동복지이용시설이다. 아동센터가 이런 위상을 부여받는 과정은 인천의 산업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 산업화와 함께 양산된 노동인구의 도시유입은 많은 도시빈민을 낳았다.

당시 뜻있는 노동운동가들은 도시빈민의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공부방’을 열었다. 동구 화수동에서 처음 시작한 ‘기찻길 옆 공부방’을 기억할 것이다. 취약 계층과 아동을 보호하려는 자발적인 돌봄 운동은 이렇게 시작됐고, 맞벌이 부부와 사회적 양극화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형태로 성장한다. 지난 2004년에 아동복지법 안으로 제도화되면서 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로 탈바꿈했으니, 현장의 역사보다 제도화 역사는 길지 않다.

2009년과 지난해 일부 아동센터에서 보조금 유용 등의 부실운영문제가 불거지면서 아동센터는 위기를 맞았다. 중앙정부는 시설기준 강화와 시설평가를 통한 차등지원을 역설했다. 문제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이 전국적으로 120여만명에 이르러, 아동센터 1개소 당 30명을 보호할 때 4만개소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10%(3600여 개소)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지금은 안정적인 확대정책을 펼 때이지, 열악한 아동센터의 현실여건도 반영하지 못한 현행평가가 주목받을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아동센터는 아동이 종합적으로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이용시설이지 ‘집단 급식소’가 아니기에, 시가 전자카드 도입을 집단 급식소에서 출결을 확인하는 ‘출결카드’나 ‘급식카드’ 정도로 인식한다면 아동센터에 대한 접근방식부터 잘못된 것이다.

아동센터 종사자의 전언이다. “급식대상 아동이 급식대상이 아닌 친구를 센터에 데려오면 어쩔까요?”, “부모가 음식점에서 아이의 급식카드로 ‘깡’을 했답니다” 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아동의 이야기는 아니다.

허나 열악한 보수와 지원여건 속에서, 이 아동들의 자존감을 키워 든든한 사회구성원으로 진입시키려고 묵묵히 봉사하고 있는 종사자가 다수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한다. 현재 정치권과 복지ㆍ시민단체도 나섰던 전자카드 도입논란은, 아동센터가 원하지 않으면 무리하지 않겠다는 시의 유보적인 자세 전환으로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중앙정부에 객관적 평가를 요구하는 인천지역 아동센터의 저항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적절한 평가시스템과 운영방안을 도입해야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실을 외면한 채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는가. 표(票)가 적은 사안이라고 외면하는 정치권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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