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교육단체, 학생ㆍ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인천지역 중ㆍ고등학생의 70%가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이 ‘효과가 없거나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60%는 ‘자녀의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일제고사 반대 학부모회,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등 인천지역 교육관련 단체들은 나근형 시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6월 13일부터 27일까지 학생 4530명과 학부모 1475명에게 인천의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 4530명(=고교생 3523명, 중학생 1005명) 중 아침보충수업(=0교시)에 참여하는 학생은 28.2%였으며, 방과후학교(7교시 보충수업)에는 80.7%가 참여하고 있었다.

방과후 8교시 혹은 9교시에 진행되는 오후자율학습에는 40%, 저녁식사 후에 진행되는 야간자율학습에는 68%가 각각 참여하고 있었다. 이 교육활동들에 모두 참여하고 있지 않은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학생 74.1%,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때문”

방과후학교ㆍ야간자율학습ㆍ0교시에 참여하는 이유(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 ‘학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74.1%로 가장 많았다. ‘불참하면 이유를 요구하거나 참여하도록 반강제적 압력을 가하므로’도 52.7%로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방과후학교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응답이 54.4%, ‘불필요한 수업이며 효과가 전혀 없다’는 응답은 17.3%였다. 반면 ‘성적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는 의견은 2%, ‘성적 향상에 다소 효과가 있다’는 26.3%에 그쳤다.

자율학습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참여 시간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응답이 44.7%,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7.5%였다. ‘학습에 다소 도움이 된다’ 20.7%, ‘학습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7.2% 순으로 답했다.

개선 방향을 묻는 질문에, 방과후학교의 경우 ‘희망하는 학생만 하고, 희망 교과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56.9%, 자율학습은 ‘희망자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실시해야한다’는 의견이 75.4%로 가장 많았다.

학생 69.4% “사교육 그대로이거나 늘었다”

▲ 인천지역 교육 관련단체들과 야당 관계자들이 지난 6월 30일 오전 11시 30분 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를 폐지와 나근형 교육감의 교육정책 전면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이 사교육(학원ㆍ과외ㆍ사설 인터넷강의 등)을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대로이다’ 59.4%, ‘더 늘어났다’ 10%로 그대로거나 늘었다는 응답이 ‘줄어들었다’ 7.4%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명 일제고사)가 학업진단과 학력향상에 도움이 됐냐는 질문에는 15.8%만이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학업에 대한 부담(스트레스)이 더 커졌다’ 52.1%,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32.2%였다.

학생들의 인천 교육과 학교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매우 만족한다’ 1.1%, ‘만족한다’ 17.9%였으나 ‘만족하지 않는다’ 42.9%, ‘매우 불만이다’ 38%로 불만족스럽다는 의견이 80.9%로 만족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학부모 의견, 학생과 별반 다르지 않아

학부모 1475명(=초등 13명, 중등 593명, 고등 869명)의 설문조사 결과도 학생 설문조사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녀가 방과후수업ㆍ자율학습 등을 신청하게 된 이유는 ‘학교에서 해야 한다고 해서’가 71.5%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운영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44.7%가 ‘희망하는 학생만 하고 희망 교과만 선택하게 해야 한다’, 37.2%가 ‘특기적성과목을 개설해 선택의 폭을 넓혀야한다’고 답했다.

강제 방과후학교와 자율학습이 자녀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58.9%로 ‘도움이 된다’는 의견보다 높았으며, 사교육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69.4%로 높았다.

일제고사가 자녀의 학업진단과 학력향상에 어떤 도움을 주었냐는 질문에는 ‘경쟁이 강화돼 학업에 부담이 더 커졌다’는 응답이 45.1%,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응답이 28.6%였다.

학부모들의 절반 이상은 시교육청의 학력향상 대책 방안이 ‘단기적 성과위주의 보여주기식 대책’, ‘차별 교육과 경쟁강화 교육으로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대책’, ‘단순 지식 중심의 문제풀이 능력, 입시학력만 강조하는 대책’이라고 생각했다.

나근형 인천시교육감 취임 1주년, 인천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는 ‘불만족스럽다’ 49.1%, ‘매우 불만족스럽다’ 19.4%로 만족한다는 경향보다 불만족스럽다는 경향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인천 교육관련 단체와 야당들 “교육정책 전면 전환해야”

한편, 설문조사를 진행한 인천지역 교육 관련단체들과 인천여성회,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 인천시당, 남구ㆍ동구ㆍ연수구ㆍ부평구교육희망네트워크 관계자들은 30일 오전 11시 30분 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나근형 교육감은 교육정책을 전면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창의성을 말살하고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는 일제고사의 즉각 폐지 ▲인천교육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나근형 교육감의 ‘경쟁, 차별, 특권교육’ 정책기조 전면 전환 ▲학생들의 자율성을 짓밟고 학교를 입시학력 전쟁터로 만드는 강제교육 즉각 중단 등을 촉구했다.

나근형 교육감 “어느 정도 강제는 불가피한 것”

▲ 나근형 인천시 교육감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ㆍ인천시교육청>
이에 앞서 나근형 교육감은 지난 27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 인성과 실력을 갖춘 창의인재 육성’을 교육지표로 삼고 주민직선 2년차를 힘차게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역점사업으로 ▲교사, 학생별 학업성취목표관리제 추진 ▲기초학력책임제 운영 ▲학력향상 선도학교 운영 내실화 ▲교육성과에 기초한 평가체제 강화 ▲고교 학생 정원 조정과 고입전형 방법 개선 ▲학력향상을 위한 교원인사제도 정착 ▲무상급식의 단계적 실시와 사교육비 부담 경감 ▲창의경영학교 확대·운영 ▲전국 최초 ‘다문화 공립 대안학교’ 2013년 개교 추진 등을 발표했다.

이날 나 교육감은 강제학습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교사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것을 강제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어느 정도 강제는 불가피한 것이고, 교사가 학생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것이 강제라고 하면 강제가 아닌 게 뭐가 있겠냐”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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