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금석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2009년 7월 22일. 방송법이 날치기 통과됐다. 일사부재의 원칙도 무시한 채 불법투표, 대리투표로 한나라당이 방송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얼마 후 헌법재판소는 야당이 제출한 ‘방송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위법하지만 유효하다는 코미디 같은 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식의 농담이 유행하기도 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던 거대 신문재벌은 이렇게 예상대로 종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를 근거로 출범한 ‘조중동 방송’이 올 하반기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그러나 사업자로 선정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방송을 시작하기 위한 충분한 재원 마련책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1조원의 규모에 달한 방송 광고시장은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결국 방송광고를 늘리든지 아니면 기존 방송사들의 광고를 빼앗아오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여기서부터 최시중을 앞세운 MB정부의 조중동 종편 특혜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KBS, MBC, YTN의 사장 자리에 대선 당시 자신의 특보나 측근을 앉히고 언론법을 날치기 개악한 것이 언론장악의 뼈대를 세운 것이라고 한다면, 이제 살을 붙이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먼저 방송통신위원회는 기존 방송광고 금지에 해당하는 품목의 축소를 추진하고 나섰다. 생수, 술, 전문의약품 등은 물론 병·의원의 광고도 점진적으로 풀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제 성형외과 광고 등도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한편 종편 사업자들도 주는 것만 받아먹지는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들은 방통위에 공멸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공영방송인 KBS 채널 2개의 상업광고 전면 중단(수신료 수입만으로 운영), 지상파 채널과 근접한 채널 확보, 의약품 광고 확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방송발전기금 등 공적인 기여금 면제 요구도 놓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를 통해 간접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는 방송사의 광고영업을 종편 사업자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도 했다. 이것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미디어랩 논쟁이다. 미디어랩(media-rep)은 매체를 뜻하는 미디어(Media)와 대표자를 의미하는 레프리젠터티브(Representative)의 합성어로 방송광고 판매 대행 회사를 의미한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보도의 기능을 갖고 마음껏 광고영업을 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특혜! 특혜! 특혜! KBS 수신료 2500원에서 3500원으로의 인상은 이러한 연장선 속에서 해석하면 간단하고 명료하다. 요약하자면 조중동 종편 방송의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 KBS가 차지하고 있는 광고시장의 몫을 줄이고 이를 수신료로 대체해 주자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혹자는 시민단체가 공영방송의 공적 재원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반대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에 젖은 주장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한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공영방송은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한다.

80년대 땡전뉴스와 같은 정부의 시책만을 찬양일색으로 보도하는 현재의 KBS는 공영방송의 모습이 결코 아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수신료 인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공영방송 본래의 모습 되찾기가 선행돼야하는 것이다.

더구나 KBS 수신료는 전기세와 함께 부과되는 준조세적 성격을 띠고 있다. 살인적인 물가폭등으로 온 국민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지금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수신료 인상은 조중동 방송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려는 의도의 노골적 표현일 뿐이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당의 선전장관이었던 괴벨스가 한 말이다. 이것이 수신료 인상의 진짜 목적임을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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