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도시계획위, 계양산 골프장 건설계획 폐지안 의결

▲ 2006년 계양산 골프장 저지 시민 산행.<부평신문 자료사진>
인천의 진산(=나라나 도읍지 또는 각 고을 뒤에 있는 큰 산)으로 불리는 계양산에 골프장을 신설하려고 한 롯데건설의 꿈이 또 다시 좌절됐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2일 오후 회의를 열고 시가 제출한 계양구 다남동 대중골프장 도시 관리계획 폐지안을 심의, 의결했다.

계양산은 해발 395m에 불과한 작은 산이지만, 인천의 허파 역할을 해왔으며 생태와 문화의 보고로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 1월 시가 다남동 골프장 폐지를 위한 공람공고를 실시한 결과 인천시민 6145명이 폐지안을 찬성한 반면, 반대 의견은 롯데건설 측이 유일했다.

이날 의결로 계양산 골프장 부지 71만 7000㎡는 체육부지에서 공원부지로 변경됐다. 이번 도시계획 변경은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인천시민사회에 약속한 사안이다.

인천시민위원회, 환영 “생명 터전 지켜낸 역사적인 날”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원회)’는 도시 관리계획 폐지안 의결에 대해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이 땅의 작은 이들이 롯데라는 재벌과 권력의 결탁에 맞서 생명의 터전인 계양산을 지켜낸 역사적인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재벌이 자신들의 이윤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공재산인 시민과 생명의 산에 그들만의 장벽을 치려했던 시도를 말없는 생명과 이들과 함께 하려는 시민들이 함께 막아낸 날이 될 것”이라고 한 뒤 “만일 롯데 측이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한다면 대대적인 불매운동 등 반(反)롯데 시민운동을 전개할 것이고, 재판 보조참가 등을 통해 소송에서 시민이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민위원회 관계자는 “인천에서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계속 운영하고 싶다면 롯데는 인천시민의 뜻을 배반하는 행위를 이쯤에서 중단하고 계양산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으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가 5년간 도시계획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겼기 때문에, 롯데건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롯데건설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2007년 3.1절을 맞아 ‘계양산 보전을 희망하는 100인 모임’ 대표단과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 등은 계양산 생명의 평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시민 힘으로 골프장 건설 4차례 막아내

계양산 개발을 처음 제안한 것은 대양개발이라는 건설사다. 대양개발은 지난 1989년 계양산 내 약 29만평에 골프장과 위락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시에 제출했지만, 시민들의 반대로 1차 무산됐다. 당시 시민들은 ‘계양산 살리기 범시민운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양개발의 개발 계획을 반대했다.

이어서 롯데건설이 1998년 골프장 등을 건립하는 개발제한구역 1차 관리계획(안)을 시에 제출했지만, 시는 이를 보류했다. 대양개발은 이듬해 위락단지 조성을 다시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2000년에도 롯데건설은 골프장 건립을 골자로 한 계양산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이 당시에도 시민사회단체 40여개의 반대로 3차 무산됐다.

롯데건설은 포기하지 않고 2006년 6월 계양구 다남동 일대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골프장 건설계획은 초기 27홀 규모에서 많이 축소됐다. 롯데는 18홀 이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5홀로 축소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5년간의 지난한 논란과 대립 끝에 계양산 골프장 문제는 시민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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