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정직하게 땀 흘리는 사람이 행복하길…

부평묘지공원 정상에서 바라본 새해 일출, 소래산 뒤편 저 멀리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05년이 지나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 특히 연말의 폭설피해와 황우석 교수 논란, 정치권의 갈등으로 지칠 대로 지친 시민들은 2006년에는 무엇보다 희망과 평화가 가득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은 어떤 소망으로 새로운 해를 맞았을까? 2006년을 맞는 구민들의 새해소망을 들어보자.


정직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엠대우 조립1부 이점국씨


지난해 10월 지엠대우에 인수·통합된 대우인천차(옛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노동자들 역시 새해를 맞이했다.

1월 2일 새해 첫 출근. 완성 자동차를 생산하는 지엠대우 부평공장은 활력이 넘쳐 보였다. 젠트라를 생산하는 조립1부 라인에서 만난 이점국(41)씨는 올해로 13년째 조립1부를 지키고 있다. 점국씨가 조립하는 부위는 자동차의 일부분이지만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점국씨의 손을 거쳐야 1시간에 63대의 자동차가 조립된다.

점국씨는 시골에 사시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홀몸인 노총각이다. 새해에는 결혼을 목표로 둘 만도 한데 특별한 소망 없이 회사 잘 돌아가고 걱정 없이 사는 것이 바람이란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챙기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계획이다. 지엠대우가 들어오고 통합되면서 영어를 모르면 간혹 대화가 힘들기 때문이다. 회사 일이 바빠 영어학원은 엄두를 못 내고 간단한 생활영어를 틈틈이 공부할 생각이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싸우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자꾸 정치에 관심이 없어진다면서도 정치인들이 비전을 많이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는 점국씨, 그는 많은 노동자의 정직한 노동처럼 정직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꽁꽁 언 경기가 빨리 풀려야지
부평종합시장 견과류 상인 기정애씨


아무리 불경기라지만 작년 11월 말 깨끗하게 새단장을 하고 손님들을 맞고 있는 부평종합시장은 손님을 부르는 상인과 물건 가격을 흥정하는 손님의 목소리로 왁자지껄 활기가 넘친다. 세상일에 의욕을 잃었을 때는 재래시장을 가 보라는 말도 있듯이 시장 안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직한 땀과 목소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상인 기정애(59)씨. 10년 넘게 부평시장에 자리를 펴고 밤이며, 대추며 견과류를 팔고 있다. 몇 겹씩 껴입었지만, 그래도 붉게 언 기씨의 볼은 겨울바람의 매서움을 보여준다.

“작년에 부평시장 현대화사업 하고 나니 참 좋아.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손님들이 편하게 시장을 볼 수 있잖아. 손님들이 기분 좋으니 우리 장사꾼들도 기분 좋지”
기씨에게 작년 한 해 제일 좋았던 것은 부평종합시장 현대화사업이 완공된 것이란다. 물론, 손님들의 기분이 좋아졌다고 해서 경기가 나아진 것은 아니다. 꽁꽁 얼어붙은 경기는 여전히 풀릴 줄 모르고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새해에는 얼어붙은 경기가 풀려서 실직자로 노는 사람 없이 모두가 제 밥벌이는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게 기씨의 바람이다. 아들 하나 출가시키고 이젠 딸 하나 남았다며 자식 모두 제 앞가림 할 때까지는 열심히 장사하겠다는 기씨의 다부진 손끝에서 2006년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새로운 직장 구한 아들놈  직장 생활 잘 적응했으면…
부평5동 우편물 담당 집배원 김영화씨


연말과 연초에 가장 바쁜 직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집배원.

부평5동 테마의거리와 문화의거리 쪽의 우편물을 담당하고 있는 집배원 김영화(50)씨는 18년차 고참 집배원이다. 연말연시 폭주하는 우편물을 배달하느라 매서운 겨울바람도 느끼지 못하는 듯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부평에 뿌리를 내린 지 23년째, 이제는 토박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은 김씨의 제일 큰 걱정이자 기대는, 뭐니뭐니해도 가족이다.

“얼마 전 아들이 새로운 직장을 얻었거든요. 회사에 잘 적응했으면 좋겠고, 또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한해를 보냈으면 좋겠습니다”이렇게 가족 생각밖에 없는 듯해 보이지만, 2006 독일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2002년의 신화가 만들어져 온 국민이 함께 덩실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품고 있다.

또한 지금은 계양우체국에서 부평구와 계양구 전체 우편물을 책임지고 있는데, 부평 배달국이 따로 생기면 집배원들이나 우편물을 보내고 받는 시민들도 나을 것이라는 바람도 덧붙였다.

 

부평 치안은 우리가 책임집니다!
부평역 역전지구대 홍춘기 순경


사진 왼쪽에서 네번째가 홍춘기 순경

인구 60만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부평 경찰. 그 중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고 유흥업소 밀집 지역인 부평역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역전지구대 홍춘기(30) 순경은 올해로 3년차가 된 지구대 막내다.

그의 새해 소망은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아내가 순산을 해 아이와 아내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맞았으면 하는 것. 또한 일선 치안책임도 보람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수사병과에 지원해 지능적인 범죄에 대한 치안을 담당하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현재 역전지구대는 부평2동 전역과 부평1,4,5동 일부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부평의 번화가로 유흥가가 밀집되어 있는 부평 먹자골목도 역전지구대의 몫이다. 최근 연말과 연초 송년회 등의 취객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아 누구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민의 권리 찾기 운동 적극 벌일 터”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부평지부 김은경 교육부장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부평지부 교육부장 김은경(32)씨는 새해부터 바쁘다. 오는 7일 밤 회원들과 속초로 출발하는 해돋이 기행을 준비하고 있고, 기행을 다녀와서는 19일 있을 총회준비를 해야 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만큼은 하루가 새롭고 늘 힘이 난다. 새해를 맞아 다부진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은경씨의 2006년 소망은 무엇보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 부평을 만드는 것이다.

“자치단체의 행정이나 의회의 활동이 실망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1년 넘게 끌어온 부평대로 문화사거리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 최근 불거진 부개송신소 터 개발문제 등 여러 가지 현안을 보면서 관이 알아서 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만큼 시민단체가 할 일이 생기는 것이죠.”
시민단체 상근자로서 하루하루가 바쁘지만 올해에는 기필코 운전면허증과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시민운동 안에서도 사회복지사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지금보다 더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공개 구혼하는 것 같아 말하고 싶지 않다며, 연애도 하고 싶다는 은경씨. 그의 소망과 계획에서 젊고 푸른 부평이 느껴진다.

 

친구들 많이많이 사귀고 싶어요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오서영 어린이


일신동 주공아파트에서 엄마 아빠와 살고 있는 오서영(8) 어린이는 올해 3월이면 주공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일신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것이 너무 신이 난다는 서영이. 그 이유는 많은 친구들을 새롭게 사귈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다섯 살 때부터 유치원을 다녔기 때문에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초등학교에 입학해 만나게 될 많은 새로운 친구들 생각에 가슴이 설렌단다.

그래서일까. 올해 제일 하고 싶은 것도 “친구들을 많이 사귀는 것”이라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서영이. 서영이의 어머니 김성희씨도 무남독녀 외딸로 자란 서영이가 외롭거나 자기만 아는 아이로 크지 않도록 친구들과 두루 잘 지냈으면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이다.

“워낙 욕심이 많은 아이여서 학습 부분은 스스로 알아서 잘할 거라 믿어요. 다만 요즘 왕따니 뭐니 해서 사회문제가 되니 교우관계가 제일 걱정되네요”

그러나 책을 읽으러 자주 들르는 일신동 아름드리 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허물없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서영이의 모습을 보니 2006년 한 해가 지난 뒤 서영이 곁에는 든든한 친구들이 많을 거란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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