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부원초등학교 교사
요즘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긋지긋한 취업난으로 인해 대학이 사실상 취업 준비소로 전락해, 현실정치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던 대학생들이 연일 촛불집회를 하고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로 가겠다고 하다가 연행되기도 한다.

바로, 살인적인 등록금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대학교와 대학원의 가파른 등록금 인상률이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두 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를 넘을 수 없는 현실이 가난한 대학생들의 꿈을 앗아가고 좌절하게 하는 슬픈 현실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사실 요즘 등록금 정말 미쳤다. 해도 해도 너무 비싸고 매년 너무 많이 오르고 있다. 저도 딸이 둘이고 둘째가 올해 대학을 졸업했는데, 두 녀석 모두 대학 다닐 때는 정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

이 슬프고 고된 현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이것보다 더 잘 표한 말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지방’대학을 다니고 있는 딸을 둔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한 말이 아니다.

1000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 만든 한강 인공섬인 ‘세빛둥둥섬’에서 ‘펜디 모피쇼’를 강행하면서 일반시민들은 들어가 보지 못하게 한 사람, 무상복지를 망국적 포퓰리즘, 반통일, 심지어 ‘어른들에 의한 재정적 아동 학대’로 규정하고 “공짜 치즈는 쥐덫 위에만 있다”고 맹비난했던 바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기 블로그에 올린 ‘풋풋한 대학생들과의 만남’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 말이다.

오 시장에게 딸이 둘 있었는지는 그의 말을 듣고 알았지만, 현직 서울시장인 그가 대학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 줄 알았다는 말에는 쉽게 가슴이 가 닿지 않는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로 출마하면서 그가 선관위에 등록한 재산 내역을 보면 56억 3731만원이다. 2006년 출마 당시 36억 1984만원보다 20억 1747만원이나 늘었다. 참고로 서울특별시장의 연봉은 1억 209만 7000원이다. 이렇게 재산 56억, 연봉 1억 2000만원인 오 시장이 딸 등록금에 허리가 휘었다면 다른 부모들의 허리는 이미 부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이기도 하다. 유력한 여권의 대권후보의 물망에 오르면서 현직 서울시장인 그가 적어도 반값등록금이 대안이 아니라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했지만, 그는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는 학생들과 대다수 서민의 고통을 애써 외면하며 이렇게 다른 현실인식을 하고 있는 지도층 인사가 비단 오 시장만은 아닐 것이다.

박홍 전 서강대 총장은 반값등록금 주장을 ‘북한’과 연계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반값등록금을 어떻게 색깔론으로 몰아가는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는 방법은 수조원에 이르는 사립대학 적립금을 등록금에 반영하고, 부자감세 철회를 넘어 ‘부유세’를 시행하는 것이다. 공사비 최소 20조원이 소요된다는 4대강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과연 반값등록금의 재원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할 일인지도 의문이다.

고비용 등록금 구조와 소득계층의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고착되면서 비싼 등록금 때문에 힘들어하고 꿈을 접는 젊은이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젠 바야흐로 과감한 ‘통 큰 등록금’의 시대를 꿈꿔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싼 대학 등록금 문제만큼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원론에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등록금 문제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자녀를 둔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다. 적어도 돈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제자, 아들과 딸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