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때 대부분 “그러지 않아도(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고 했는데…”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지 않아도”라고 말한 사람은 ‘네가 전화하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라고 한 사람은 ‘네가 전화하지 않고 있었어도’라는 의미를 전하게 된다.

“그러지 않아도”는 ‘전화하지 않아도’라는 ‘행위’를 대신한 표현이다. “그렇지 않아도”는 ‘전화하지 않은 상태였어도’라는 ‘상태’를 대신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심리 상태를 ‘그렇다’로 받아서 상대방이 생각한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와 ‘그렇다’의 차이가 이렇게 뜻을 가른다. ‘그러다’는 ‘그리하다’의 준말이고, 품사는 동사다. ‘그러다’는 ‘그렇게 행동하거나 말하거나 생각하다’ 등을 대신 나타내는 말인 것이다.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닦았다” 여기서 ‘그러고’는 ‘밥을 먹었다’를 대신했다.

‘그렇다’는 ‘상태, 모양, 성질 등이 그와 같다’는 말이다. 품사가 형용사다. “꽃이 참 예쁘죠?”라고 물었을 때 “그렇죠”라고 대답한다. ‘예쁘다’는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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