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가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66.7%가 ‘입시와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답했고, 더구나 초등학생들의 ‘입시와 성적 스트레스가 늘었다’는 답변이 72.3%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교사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그 원인으로 ‘정부의 교육정책’을 가장 많이 꼽았고, 행정업무가 그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이를 두고 자율형 사립고와 특수목적고등학교, 국제중학교의 확대, 일제고사를 통한 학생ㆍ학교 서열화 등의 정책들이 초ㆍ중ㆍ고교를 가리지 않고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으로 교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인천지역 학교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보면, 전교조의 이러한 분석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본지에 제보된 내용을 보면,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생 개인별 전교ㆍ반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가정통신문에 첨부해 공개하고 있다. 심지어 한 초등학교에선 중간고사 시험을 보고 난 후 6학년 담임교사가 반에서 1ㆍ2등을 한 학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소개하고, 꼴찌를 한 학생도 일으켜 세우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꼴찌를 한 학생이 받았을 상처를 생각하면 씁쓸하다. 200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7차 초ㆍ중등교육과정’ 시행 이후 사라졌던 성적표 공개가 암암리에 부활하고 있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제7차 초ㆍ중등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개인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반에서 등수나 전체 등수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거나 성적표에 적어 학부모나 학생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규정한 바 있다.  

이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현상은 정권이 바뀐 뒤인 2008년 부활한 일제고사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제고사 시행 후 초등학교에도 ‘0교시’와 ‘야간 보충수업’이 생기는 등 학사운영 파행사례가 크게 늘어났다. 학생 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교육은 ‘창의ㆍ인성교육’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인천시교육청과 학교마다 내세우는 창의ㆍ인성교육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에 역행하는 교육정책과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절망만 있는 건 아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교육 열정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웃 교육청과 교육 선진국의 혁신학교 사례를 분석하고, 인천 교육과 학교의 혁신을 모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4일 인천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세계인의 자리, 학교 혁신 인천국제심포지엄’은 그러한 모색과 노력을 공론화하는 자리라 의미가 컸다.

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처럼 교육청에서 해야 할 일을 앞서 하고 있는 교사들의 열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인천시장의 정책공약 중 하나인 혁신학교 지원을 실행하기 위한 시와의 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학생ㆍ교사ㆍ학부모가 협력해 교육 자치를 이끌 수 있도록 중기적인 교육프로그램과 제도를 만들어야한다.

학교 혁신은 학교 구성원인 교사, 학생, 학부모의 의지와 열정 행동이 모아질 때 가능하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은 정부와 교육청이 추구하는 혁신이 가짜 혁신이기 때문이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혁신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는지, 우선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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