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공인노무사
비정규직, 그 수가 이미 1000만명에 육박하고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낯설지 않다. 비정규직의 급속한 확대로 인해 나타난 ‘소득 양극화’와 ‘성장의 덫’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름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차별과 불안의 대명사다.

지금 학교에서는

초ㆍ중ㆍ고 학교현장의 비정규노동자들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상한 언어로는 ‘학교회계직원’이고 친근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는 영양사ㆍ사서ㆍ행정보조ㆍ전산보조ㆍ교무보조ㆍ과학실험보조ㆍ급식조리원들이다.

이들이 교육과학기술부 앞에서 임금체불과 취업규칙 위반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지난 9일부터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단일노조 경기지부가 경기도 교육청 정문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도 16개 시ㆍ도 교육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기로 하고 ‘만인 만원 물방울 소송단’을 출범했다. 노동조합 가입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도대체 학교 내 비정규직,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임금체불은 위법

현재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은 공무원의 임금과 연동해 지급하도록 돼있다. 즉, 지난 2006년부터 시행돼온 ‘학교회계직원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학교 비정규직 임금은 ‘국가공무원 기능직 10급 1호봉 또는 일반직 9급 1호봉 월 지급액의 21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봉으로 해 이를 12개월로 나눠 월 급여를 지급해왔다.

그런데 지난 1월부터 공무원들의 월급 가운데 가계지원비와 교통비를 기본급에 포함시키면서 공무원들의 임금은 평균 5.1% 인상됐다. 그러면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도 당연히 ‘21배’ 규정에 따라 인상돼야한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일방적으로 기본급 4%를 인상한 ‘2011년 학교회계직원 처우개선안 - 16개 시ㆍ도 교육청 합의안’을 내놓고, 일선 학교장은 이를 반영한 임금만을 지급함으로써 한 사람당 임금 차액이 30만~40만원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학교 비정규노동자 15만여명게 약 1000억 원(3ㆍ4월분)의 임금이 체불되고 있으며 이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동안 학교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들이 공무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임금이 동결됐던 지난 2년간 덩달아 동결됐다. 자신들에게 유리하면 공무원의 잣대를 들이대고, 불리할 때는 ‘너희들은 공무원이 아니니까’라며 제 멋대로 우롱하는 교육당국에 이 학교 비정규노동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처사가 명백히 위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

임금기준이나 임금구조를 달리 적용하려면 기존의 취업규칙(※취업규칙이란 사용자가 임금ㆍ근로시간ㆍ기타 근로조건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으로 인사관리규정, 복무규정, 급여규정 등 그 명칭여하를 불문하고 모두 취업규칙으로 취급된다)을 변경해야하며 특히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이상의 ‘동의’를 얻어야한다.(근로기준법 제94조 ‘규칙의 작성ㆍ변경 절차’)

그러나 이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된 교육과학기술부 개선안에 따라 임금을 지급한 것은 취업규칙 위반에 해당한다. 때문에 뒤늦게 일선 학교에서는 임의적으로 바꾼 취업규칙 변경 안에 서명을 강요하고 재계약을 빌미로 협박까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야흐로 엄청난 규모의 임금체불,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과 서명 강요, 근로기준법 위반 등 위법 행위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청, 학교장 등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들에 의해서 말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당사자인 학교 비정규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한번 해봐야죠, 우리도 이젠 꿈틀대야죠” 이들의 한마디가 아직은 작은 속삭임이지만 끝내 세찬 폭포수가 돼 사람들의 귓전을 크게 울릴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제발 협박과 강요에 굴하지 않고, 서명하지 않기를…. 그래서 더러운 황사바람 부는 학교현장에 꽃바람 불러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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