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용되는 줄임말에는 ‘원칭’이라는 단어가 있다. 청소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말인데, 타인이 붙여주는 별명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별명으로 호칭해주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거스를 뿐 아니라 호칭되는 당사자가 결코 동의하지 않는데도 끊임없이 불러대는 ‘타칭’이 있다. 바로 탈학교 청소년, 가출 청소년 등을 지칭하는 ‘위기 청소년’이 그것이다. ‘위기’라는 수식으로 인해 더 위협적이고 피해야 할 존재로 낙인찍는 결과를 가져온다.

호칭되는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붙여지는 별명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타인의 평가에서 비롯되는 ‘타칭’으로 인해 자존감을 상실하고, 사회에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주며 인권이 침해된다면 바로 잡아야하지 않겠는가.

2010년 현재, 학업을 중단했거나 가출 또는 다른 이유로 학교를 벗어난 청소년은 전국적으로 8만~9만명 정도에 이른다. 이들은 ‘위기’ 청소년이라는 별명만 얻었을 뿐, 위기에서 구출해주는 사회적 책임이나 구조의 손길은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이제는 바꿔 불러야할 때다. 책임 없는 타칭은 더욱 위기로 몰아갈 뿐이다. 수증기(탈학교)나 이슬(비 학생), 얼음(가출)도 흘러가는 물이 될 수 있고, 물길 닫는 모든 곳이 생명으로 살아나 듯이, 학교와 학생이라는 틀에서는 썩어버릴 저들에게 강줄기로 흘러가고 힘찬 폭포수로 뛰어내리며 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푸른 물이 되라고 청류(靑流)라 부르자. 청류라고.

/김혜경 청소년 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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