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제스님 부평구 불교연합회장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이 이제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인류의 스승이신 부 처님의 탄생을 기리고, 그 분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기는 뜻 깊은 날 입니다.

부처님의 탄생 설화를 보면 당시의 모 습을 다음과 같이 그리고 있습니다. ‘룸 비니 동산의 무우수 나무 아래에서 부처 님이 태어나셨다. 그 분은 태어나자마자 앞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고 한 손은 하늘을, 또 다른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 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라 고 외치셨다.’

여기에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란 뜻입니다. 이는 비단 부처님 한 사람만이 존귀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 상 모든 존재가 저마다 그 자체로 소중 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이 세상이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으니, 내가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이 역시 부처님 혼자 이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뜻 이라기보다, 깨달음의 길을 가는 우리 모 두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부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존귀 함을 깨달아, 나와 세상을 함께 귀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보살행을 실천하라고 설법하셨습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 닫는 것에서부터 나의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존재가 소중함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우주 만 물에 대한 자비심이 일어나면, 이 세상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대해서든 함께 아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구제역 파동으로 많은 가축들이 생명을 잃고 낙농인들의 시름도 깊어졌을 때, 우리 모두는 그 슬 픔과 안타까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또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당시 갑작스 런 자연재해로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일본인들에게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 이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보냈습니다. 이 는 내가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나의 가족을 사랑하는 만큼, 그들의 마음 역 시 그러하리라는 것을 느끼고 그 아픔 을 보듬어주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 고 그것이 바로 여러분 안에 있는 보살의 마음입니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나시 자마자 가장 먼저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 고자 했던 것이 바로 이 자비의 마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전히 많 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일상생활을 해나 가다 보면 보살의 마음, 자비의 마음을 내기보다는 시기와 미움 등에 사로잡힐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감정일 뿐, 그 자체가 ‘나’일 수는 없습니다.

본래의 나는 그러한 감정에 사로잡힐 정도로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그 어떤 굴레에도 속박됨 없이 자유롭고 존귀한 존재이며,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그처 럼 소중함을 알아 넉넉히 품어 안을 수 있는 너른 우주와 같은 존재입니다.

바로 오늘부터 나를, 내 주변 사람들 을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존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십시오. 마음에 서 멈추지 말고 모두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구하고 또 구하고, 실천하고 또 실천하십시오. 그것이 이처럼 화사한 봄날,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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