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석 인천석면대책위 집행위원장.
세슘과 요오드 등 방사성 비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어느 정도의 유해성이 있는지, 어느 정도로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고 있는지, 이 정도 노출되면 병에 걸리지는 않는지, 위험하진 않은 것인지 등 꼬마아이부터 어른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가 명확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니, 국민들은 비가 오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인체에 위험하진 않으나 되도록 비를 맞지는 말라”는 날씨예보는 위험하다는 것인지, 안 위험하다는 것인지 너무 불분명하다.

그런데 인천시민에겐 방사성 물질과 같은 또 다른 걱정이 있다. 바로 석면이다. 1급 발암물질 석면. 얼마나 유해한지는 이미 확인됐으니, 예방 대책만 확실하다면 그 걱정은 방사성물질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쉽게 해결할 수 있다.

#1970년부터 심각한 석면피해 발생. 매해 약 5만명 석면관련 질환 호소, 2030년이면 50만 명이 석면 때문에 사망 추정(미국).
#인구 100만 명당 7명 악성중피종(=석면과 연관된 폐암)으로 진단받음. 2025년까지 10만 3000명 정도의 중피종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일본).
#악성중피종 환자 발생률 인구 100만 명당 무려 40명, 2015년까지 모두 3만명의 환자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호주).
#매해 석면에 의한 사망자가 2000명을 기록, 2020년에는 연간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 1997년부터 석면 수입 전면 금지(프랑스).

서면은 그 위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해 이제는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우리나라 전국에서 석면광산 주변 주민들, 석면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 석면공장 주변의 주민들, 석면 지붕재(슬레이트)가 많은 농어촌 노인들의 석면 노출로 인한 소송과 피해구제가 한창 진행 중이다.

급기야 정부는 ‘석면피해구제법’을 시행(2011.1.1.)하고 있고, 매우 늦었지만 예방차원에서‘석면안전관리법’이 4월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석면안전관리법이 시행되려면 1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한다.

석면광산과 석면공장 주변의 주민들보다 석면문제가 심각한 곳은 인천이라 할 수 있다. 인천에는 석면광산도 석면공장도 없다. 하지만, 212곳에 달하는 ‘도시ㆍ주거환경 정비사업 (예정)구역’이 있다. 국내에서 사용된 석면의 80%는 건축자재에 쓰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천장재(텍스)와 삼겹살을 구워먹던 지붕재(슬레이트 지붕) 등 단열이 뛰어난 석면은 건축자재 곳곳에 사용됐다.

그런 건축물을 인천시 곳곳에서 철거하고 있거나 철거할 예정인 것이다. 먼저 석면을 안전하게 철거하지 않으면, 해당 건축물의 석면가루가 날리고, 이에 지역주민들이 노출되는 것이다. 석면의 크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1000분의 1’에 해당한다. 한번 발생된 석면은 불에 타지도, 녹지도 않는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불멸의 섬유, 침묵의 살인자’다.

현재 주택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부평5구역(부평4동 소재)에선 이미 이런 문제가 발생한지 2년 가까이 되고 있다. 부평5구역에는 석면이 10% 함유된 슬레이트 지붕의 영세가옥이 전체 세대수 중에 20%에 달하며, 주상복합 건물에는 천장재(텍스, 석면 3~5% 함유)가 쓰였다.

그리고 철거업체는 법을 지키지 않고 불법적으로 철거해서 현재 일부 건물은 ‘석면 오염 건물’로 확인됐고, 노동부에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특히, 이곳은 농어촌과 달리 밀집된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석면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반경 5km 안에만 50여개의 어린이집과 학교, 노인정 등 취약계층의 생활시설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앞으로 진행될 재개발재건축 지역에서 석면을 안전하게 해체ㆍ제거할 수 있도록 ‘인천시 석면안전 조례’를 시급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이미 석면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조사하고 구제하는 것이다.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후 원자력발전소를 폐쇄조치하는 것은 이미 때늦은 대응이다. 우리에게 석면은 방사성 물질과 같은 수준의 위험이며, 하루 빨리 예방대책을 시 차원에서 마련하고 시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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