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부원초등학교 교사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해왔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담당교사 연수를 끝으로 4월 1일부터 인천의 초ㆍ중ㆍ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명칭만 놓고 보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들의 독서를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입학사정관에게 자료로 제공함으로써 대학의 입시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교과부의 설명이다. 즉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려 12년간 학생들의 독서이력을 관리해 학생들의 독서생활을 판단하는 근거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독서와 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을 전자적으로 처리해 집적하는 것은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이고, 개인의 정보를 국가기관이 집적해 개인의 의식을 지배하는 데 이용될 수 있으므로, 명백한 인권침해다.

특히 자유롭게 읽고 꿈꾸고 감동할 수 없게 해 오히려 책 읽는 즐거움을 빼앗고,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책을 멀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미 시행초기부터 여러 시민단체들과 독서 관련 단체의 반대에 부딪혔던 또 하나의 국가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학생들이 책을 읽은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표현하는 것이 어찌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일까? 한 줄의 간단한 글로 느낌을 표현할 수도, 자신만의 일기장에, 혹은 책 속의 한 장면을 그린 그림을 통해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는 결코 계량화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어린이ㆍ청소년들의 또 다른 삶의 경험이다. 또한, 독서는 고도의 문화적인 활동이다. 그러기에 독서는 자발성과 자율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져야한다. 대학입시를 빌미로 반강제로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은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는커녕 학생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독서퀴즈나 독서감상문을 비롯한 강제된 독서인증의 방안들은 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경험과 느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낱낱의 조각난 지식을 암기하고 내키지 않는 독서 후 활동을 하게 만듦으로써 자율적인 ‘생애의 독자’로 성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을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활동의 과정과 결과를 대학입시와 연결시키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반문화적ㆍ반교육적이다.

독서, 즉 책 읽기는 결코 획일화하거나 강제할 수 없는 인간의 행복한 활동이 되어야한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읽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감동을 느끼고 간접경험을 내면화하는 정신적ㆍ육체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세종 때 젊고 유능한 문신들에게 임금이 휴가를 주어 직무를 쉬면서 마음껏 글을 읽고 학문을 닦은 후 그 재능을 나라를 위해 쓰게 했던 ‘사가독서(賜暇讀書)’라는 제도가 있었다. 자연과 책을 벗 삼아 마음껏 자유롭게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나라를 위해 혹은 자신을 위해 독서를 하도록 배려하던 우리 선비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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