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수 인천의제21 문화분과위원
‘나는 가수다’라는 MBC 프로그램이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발군의 노래 실력을 가진 가수 7명을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 불러냈다는 사실만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단숨에 받아낸 프로그램이었고, 관심이 많은 만큼 이런 저런 말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이 벌어졌다. 재도전 사건 등 여러 가지 사건들로 얘기들도 많지만,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애초의 기획 의도와 의미에 대한 부분이다.

오락 프로그램에 교양적 요소를 결합해왔던 MBC가 이번에 접근한 분야는 대중가요계다. 대중가요계가 지난 몇 십년간 가져왔던 문제에 접근한 것이다. 10대 위주의 랩과 댄스 장르 위주로 대중가요계가 변화한 지도 20년이 다 되어가고, 아이돌이 대중가요의 주류를 장악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가창력 없이 외모와 스타시스템에 의해 돌아가는 가요계에 대해 꾸준히 이어온 비판에 대해서 진정 수준 높은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답변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이 부분이 얼마나 효과적인 변화적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대중들에게 인식적 영향을 가져다줄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리고 현재의 댄스위주의 대중음악계를 조금 바꾸어낼지도 모르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그런 대중가요계의 문제에 올바른 답을 제시하고 있는 걸까?
초기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은 음악이라는 것에 순위를 정하며 평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대중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대중가수에게 당연하다는 이유로 청중평가단이라는 것을 통해 논쟁의 여지를 줄이려고 했다.

그러나 대중이 평가한다고 면죄부가 발생될 수 없는 것이, 그게 옳다면 과거 가요 순위 프로그램도 동일하게 합리화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운동이 일어났고, 그 결과로 당시 많은 순위 제도가 없어졌다. 그 당시 제시됐던 문제의식은 지금 이 시점에서도 똑같이 다시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자본의 영역에 포섭되면서 판매량이 음악에 대한 평가에 제1 기준이 되고, 판매의 원점에 소비자인 대중이 존재한다. 대중이 원한다는 말로 합리화하면서 결국 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판매에 ‘올인’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러한 것들의 결과물에 가요 순위 방송 프로그램이 위치한다.

순위 방송 프로그램의 문제는 예술이라는 것에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아니다. 순위 매기기의 더 중요한 문제는 한 가지 잣대로 모든 문화를 정리한다는 것에 있다. 문화에 한 잣대를 들이대면 필연적으로 문화적 획일화가 발생한다.

프로그램은 계속 가창력 없는 가수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비판하지만, 거기에 대해서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해법은 현재의 획일성을 벗어나는 방법을 다른 잣대로 교체하면서 획일성을 유지하는 방법일 뿐이다. 댄스음악으로 획일화되는 것도 문제지만, 가창력이 뛰어나게 드러나는 음악이 좋은 음악이라는 가치관이 일반화되는 것도 위험하다. 음악이라는 예술적 표현에서 일률적으로 좋고 나쁨을 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다 음악이란 장르의 변화는 단순히 음악적인 것에서 멈추지 않고, 퍼포먼스라는 또 다른 것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기도 하다. 장르별 특성에 따라 추구하는 면도 다른 것이고, 어떤 부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좋고 나쁨이 갈라지기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문화를 즐겨갈 수 있도록 풍토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방송은 다수가 원한다는 이유로 다수만의 내용을 제시해왔고, 그것들은 문화적 획일화를 더욱 강화하고 사회적으로 고착화시켜왔다.

결국 문제의 중심에는 방송이 있다. 각종 가요 프로그램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보여주지 않았고, 순위제도를 통해 획일적인 분야의 음악들만을 주로 들려주던 것이 대중음악계를 그렇게 만들어오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시민들에게 그러한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치는 미디어가 시민들에게 어떠한 대중문화를 공급하느냐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결국 그동안 시청률과 내부 메커니즘에 얽매여 댄스음악 위주로 내보내는 것이 결국 대중음악계를 댄스음악 아이돌로 점령되도록 만들었다.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자본주의에서 예술을 판매하는 방식과 미디어의 광고 메커니즘에서 못 벗어날 뿐이다. 미디어의 역할로 바라볼 때 예술을 판매의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되고, 그러한 문화적 빈곤 현상의 ‘보완’ 역할을 수행해줘야 한다.

문화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으면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문화 자체도 그럴뿐더러 대중들의 문화 향유에 있어서도 메마른 향유 현실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대중가요 프로그램이 다양한 음악들을 담아내고 공급하지 못한다면, 대중가요계의 빈곤 현실은 반복될 것이다.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발전시켜 나가고,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미디어는 충분한 공급을 해야 한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의 문화적 토양은 더욱 풍부해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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