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현재 추진 중인 대형건설공사 사업장의 하도급 실태를 당장 조사하고, 앞으로는 분기별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경미한 사항은 ‘주의’ 등 행정지도하고, 위법 부당한 사항은 건설산업기본법을 비롯한 관계법령에 따라 과태료 부과ㆍ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행정처분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모범사례는 전 사업장으로 전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인천시의회는 하도급률을 보장하고 하도급의 대금 지급문제 등 불공정거래를 제재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전국 최초로 마련했다.

기존 조례에 있는 ‘지역 업체 의무공동도급률 49% 이상 권장’ ‘지역 업체 하도급률 60% 이상 권장’ 등의 문구가 구속력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아예 입찰공고문에 명시하도록 했다. 하도급업체 보호 개선방안도 신설하도록 했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도급관계를 맺고 있는 건설업계에서 불공정거래의 타파는 어느 산업분야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불공정 하도급 관행은 중소건설업체의 고질적인 경영악화 요인이다. 협력 중소업체들이 파산 직전에 내몰려도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자기 이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는 건설 산업 분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대형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에 불공정거래를 강요해온 사례도 많다. 저가납품을 강요하고 판촉비를 전가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고질적인 불공정거래행위는 건설 대기업이 하는 행태와 다르지 않다. 이는 가만히 있느니 직원들의 인건비만이라도 챙겨주자는 중소기업의 실정을 뻔히 알고 악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불공정거래가 성행하는 까닭은 규제와 처벌이 미흡한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대기업의 상생의지 부족도 큰 원인이다. 전경련 등 대기업들을 위시한 재계는 동반성장이라는 큰 틀에 겉으로는 동의하면서도 속내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 왔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통과된 ‘하도급법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이나 특허를 침해했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하고 있다. 헌데 대기업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은 사법상 제도이기 때문에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고 ‘딴지’를 걸고 있다.

인천시가 원사업자의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기업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들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중소기업 보호․육성정책이 시행되지 않는 한, 그것은 헛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중소기업인들은 알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지가 있다면,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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