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공인노무사
“지난달 우리가 받은 월급은 86만원입니다. 경력 인정이 되질 않으니 10년 이상을 일한 저나 새로 들어온 신입의 월급이 똑같습니다. 그런데 86만원에는 상여금과 각종수당, 가계지원비ㆍ교통비ㆍ밥값ㆍ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적 급여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라고 합니다”(초등학교 급식 종사원)

“등록금은 몇 십만 원씩 오르는데 시급은 몇 십 원도 오르지 않는 상황입니다. 피시(PC)방, 커피숍, 편의점, 노래방, 음식점… 열심히 나르고 만들고 일해도 4320원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막막합니다”(아르바이트 대학생)

“최저임금을 책정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이 돈으로 한 달 살 수 있는지, 아니 한 달 동안 이 돈으로 살아보라고 하고 싶습니다”(대학교 청소 노동자)

부끄러운 수준의 최저임금

지난 3월 10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증언대회’에서 쏟아져 나온 분노와 하소연들이다. 비정규직과 관련된 고용, 임금과 복지 등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양극화의 주범으로, 사회 전체적인 문제로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하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의 말에 의하면 최저임금 이하에 해당하는 노동자는 210만 명에 이르고, 여성가족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의 경우는 절반 가까이가 최저임금 이하로 나타났다.

2010년 최저임금 4110원(주40시간 85만 8990원)은 3인 가구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10원 오른 2011년 최저임금 4320원도 생필품 물가상승을 감안할 때 기초적인 생계조차 꾸려가기 어렵다. 2008년 기준으로 최저임금은 노동자 평균임금의 32%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21개국 가운데 17등이고,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 보면 59개국 가운데 48위에 해당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에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법에 규정된 결정기준, 매번 무시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노ㆍ사ㆍ정 각 9명씩 총27명으로 구성)가 6월말까지 심의ㆍ의결하고 고용노동부장관이 법정시한인 8월 5일까지 결정해 고시함으로써 다음연도의 최저임금이 정해진다. 또한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도록 법에 규정돼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이런 결정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정해진다는 것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작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이유로 시급 1000원 인상을 요구했고,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내세워 10원 인상을 주장했다. 물론 지불능력이 취약한 중소 영세기업으로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매우 불편하고 힘든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어디 온전히 중소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 문제인가. 간 빼 먹고 쓸개까지 빼먹으려는 원ㆍ하청구조, 다단계 하도급구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것을. 그래서 중소기업을 핑계 삼아 최저임금을 어떻게든 낮추려는 경영계의 태도는 유치하고 볼썽사납다.

최저임금법의 취지, 노동자 생활안정에 부합해야

최저임금이 본격 논의되는 시기를 앞두고 노동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역별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운동본부나 대책회의 등이 구성되고 있으며, 양대 노총과 시민사회단체, 야당 등은 조만간 최저임금 공동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란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최저임금으로 못 박는 최저임금법 개정과 함께 이미 대기업의 납품업체로 전락한 중소 하청업체의 지불능력을 보장하기 위한 하도급법ㆍ공정거래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만큼의 성과를 이뤄낼지 미리 짐작할 수는 없지만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부합하고, 사회양극화를 다소나마 해결하는 길이며, 자랑해마지 않는 OECD국가로서의 ‘국격’을 높이는 길임은 분명하다.

그래서다. 웅크리고 숨죽여 살아왔던 당사자들의 ‘증언’이 마치 선전포고처럼 들린다. “너희가 이 돈으로 한 달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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