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 경칩이 막 지났다. 학교현장도 아이들로 생동감이 살아난다. 신입생을 맞아서 더욱 활기차다. 새 학기부터 인천의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시작되면서 학교에서 밥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욱 해맑아 보인다.

한 초등학교 입학식 무대에 구청장이 등장해 신입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책 꾸러미’를 선물하는 ‘책날개’ 행사를 진행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는가 하면, 어느 중학교 입학식에선 담임교사들이 신입생들의 발을 씻겨줬다는 감동적인 소식도 들린다.

이 교사들은 자발적인 결의로 ‘가장 낮은 자세로 학생들을 받들겠다’는 뜻으로 학생들의 발을 잡아 양말을 벗기고 맑은 물로 씻긴 후 보드라운 수건으로 물기를 골고루 닦아줬다고 한다. 시대의 희망인 교육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듯해 희망이 샘솟는다.

그러나 반가운 소식만 들리는 건 아니다. 부평의 한 고등학교에서 두발규제를 따르지 않은 학생들을 교문 밖으로 쫓아내 한나절을 수업하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오전 7시 30분에 등교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오라’는 절대명령과 함께 쫓겨나 겨우 미용실을 찾아 머리카락을 자르고 왔는데, ‘아직 길다’는 내침에 다시 쫓겨난 아이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교칙에 두발규제를 어기면 벌점을 준다는 조항이 있으니, 벌점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한 학생의 항변에서, 아직도 서글픈 학교현장의 단면을 보게 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두발규제 이야기를 이미 했고 전날에도 머리카락을 자르라고 일찍 보내줬는데, 이렇게까지 배려했는데 안 지킨 학생들이 문제 아니냐’고, ‘그냥 놔두면 머리카락을 잘 자르고 온 학생들하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당 교사의 말 역시 서글프게 들린다.

물론, 학생들이 비뚤게 나가기를 바라는 교사와 학교가 어디 있겠는가. 집단의 규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규율이 그것을 지켜야하는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을 땐, 그것을 꼭 지키겠다고 진정에서 약속하지 않았을 땐, 강압적이라고 부당하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강제 야간자율학습 또한 그렇다. 인천시교육청은 최근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못하게 하는 운영지침을 마련하고 각 학교에 전달했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선 여전히 강제 야간자율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시교육청이 일반계 고등학교 학교장 회의에서 올해부터 반드시 야간 자율학습에 원하는 학생만 참여하도록 하는 운영지침을 정했지만,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만도 강제 야간자율학습과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들에겐 규정을 무조건 지키라고 하면서 이러는 건 이율배반 아닌가. ‘강제’와 ‘자율’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강제’ 속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인재교육, 자기주도 학습’은 이뤄질 수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에선 학생인권 보호를 위해 두발규제 등을 폐지하고 있다. 일방적 규제와 강제를 학교현장에서 없애기 위함이며, 그것이 곧 학생들에게 인권과 행복을 돌려주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학생들에게 봄을 돌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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