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
어느 날 갑자기 초ㆍ중등 11개 학교를 1개교로 통ㆍ폐합한 도시, 시립 종합병원과 도서관을 폐쇄하고 각종 공공서비스 이용료를 50% 더 시민들에게 부담하게 한 도시, 공무원 수를 60% 줄이고 급여도 50~70% 삭감한 도시. 이것이 바로 일본 지자체 파산의 대명사로 알려진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모습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전문가들은 첫째, 관광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 둘째, 수요를 무시한 고집스러운 시설 유지. 셋째, 수익성 없는 민간시설을 지방비로 인수한 무모함. 넷째, 부적절한 재무처리. 다섯째, 시의회의 집행부 감시ㆍ감독기능 결여와 의원의 전문성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재정력지수*가 일본의 유바리시(2007년 기준 0.23)보다 낮은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는 무려 76개에 달한다. 이 같은 유바리시의 사례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인천지역에도 큰 교훈을 준다.

남구ㆍ부평구ㆍ계양구 재정실태

“남구청 재정 상태는 최악이다” 남구청장이 지난해 11월 언론에 기고한 내용이다. 당시 남구청은 인천시로부터 ‘2010년도 재원조정교부금 157억원 삭감’ 통보를 받았다. 2009년도 138억원 삭감에 이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사회복지비용만 189억원이 늘었다. 이러니 신규 사업은 꿈과 같다는 내용이다. 남구는 올해 예산에 직원 인건비를 겨우 편성했다.

시간외수당은 지난해 13억 1400만원에서 올해는 7억 3400만원으로 줄였다. 또 지난해 34억 3100만원을 세웠던 직원 연가보상비를 올해는 한 푼도 세우지 못했다. 올해 2월까지 상환해야할 단기채 57억원은 청사건립기금 174억원을 담보로 얼마 전 상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빚으로 빚을 갚은 것이다.

부평구는 어떠한가. 1000여명에 이르는 직원 인건비 600억원 중 넉 달 치 110억원을 본예산에 편성하지 못했다. 십정2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국비나 시비가 지원되면 구에서도 일정 비율로 분담하는 매칭사업 3건도 48억원을 마련할 길이 없어 예산을 세우지 못했다. 자체신규사업은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계양구도 직원 650여명의 석 달 치 인건비 64억 1500만원을 세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시가 세입감소를 이유로 조정교부금 125억 7000만원을 감액했다. 어쩔 수 없이 인건비를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것.

3개 자치구는 2009년 말 시의 재원조정교부금 삭감으로 위기에 처하자 80억~150억원의 지방채를 긴급 발행했다. 1~2월은 국ㆍ시비보조금이 아니면 세입이 거의 없는 시기다. 시가 지난해 교부금 잔액을 지급했다지만 금고는 아슬아슬하다.

재정위기의 이유와 대응

지자체 재정난의 주된 이유는 국가사업인 사회복지사업 분담이 계속 늘어 자치구 세출예산의 50% 내외를 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데 있다. 이런 사정을 중앙정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복지예산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고 생색을 내면서도 사업비 부담을 기초자치단체에 전가하는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재원조정교부금 교부율을 10%(=전체 교부액의 25%) 깎았다. 부산ㆍ대구ㆍ울산ㆍ광주의 경우는 그대로인데, 인천시는 재정위기의 일부를 자치구에 전가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무책임한 재정 집행행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일부 자치구의 재정은 파탄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제라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재정난 해결을 위한 대응에 나서야할 때다. 내년 총선과 연계해서 국세의 지방세 이양, 지방이양사업의 국가 환원, 복지세 신설 등을 지역사회가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까이는 인천시를 상대로 한정된 재원조정교부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조정교부금이니 그것이 불합리하고 재정여건이 열악하면 언제든 조례를 개정해 조정할 수 있다.

최근 또다시 부각된 무상급식비 부담비율도 마찬가지다. 옹진군ㆍ동구ㆍ서구는 초등 전 학년 무상급식을 3월부터 실행한다. 반면, 계양구의 경우 3~6학년 무상급식 구 부담액 일부를 의회가 삭감하기도 했다. 같은 인천인데 몇 곳은 전면, 몇 곳은 반쪽인 셈이다. 자치구 재정여건에 맞게 부담비율 조정과 시와 교육청의 분담비율을 늘려 자치구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부평지역이 먼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남구와 계양 지역사회도 불합리한 재정배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위 운영 등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또 하나, 자치단체장의 예산편성권을 지역주민에게 주는 재정민주주의부터 착실하게 실천해야한다. 재정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형식이 아닌 진정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운영에 있기 때문이다.

◈ 재정력지수란?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 소속 공무원 인건비 대비 지방세의 백분율로 표시되는 지수인데, 1보다 크면 자체 세입으로 지자체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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