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소지 높아…학생인권조례 제정해야”

“나는 2011학년도 OO중학교 신입생으로 배정받은 학생으로서 학교의 제 규정을 준수함은 물론 학생의 본분에 어긋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고 나의 발전과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 성실하게 학교에 다닐 것을 약속하며, 만일 교칙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였을 경우에는 규정에 따른 처벌을 감수할 것을 보호자 연서로 서약합니다”

인천 부평의 한 중학교가 신입생들에게 ‘신입생 안내문’과 함께 배부한 ‘신입생 서약서’ 내용이다. 인권침해 논란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서울이나 경기도에선 사라지고 있는 신입생 서약서가 인천지역 중학교에선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23일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부평의 A중학교는 2월 초 신입생들에게 ‘신입생 안내문’을 배부했다. 문제는 이 안내문과 함께 신입생 서약서를 나눠주고 학생과 학부모의 연서명을 작성해 2월 18일까지 학교로 제출하게 했다는 데 있다.

부평의 B중학교도 비슷한 내용의 서약서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배부하고 오는 26일 예비소집일에 제출하도록 했으며, 계양구의 C중학교는 신입생 서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가 학부모의 항의로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신입생 서약서를 받았던 A중학교 신입생 학부모는 “아이가 중학교를 처음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부모들도 쓴 것 같아 서약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강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굳이 이렇게까지 받아야하나,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중학교 교장은 “교복 공동구매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장교사가 제안해서 좋겠다는 생각으로 서약서를 받은 것”이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한 뒤 “아직 민원이나 문제제기를 받은 적은 없지만 문제가 된다면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타 학교의 교칙보다 수위가 더 높지 않으며, 서약서 내용을 근거로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교칙을 지키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감수하겠다’는 신입생 서약서는 학생지도에 대한 학교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구태의연한 행정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금남 청소년인권복지센터 ‘내일’ 사무국장은 “신입생 서약서는 학생을 잠재적인 문제아로 인식하고 있는 등 학생 인권침해가 심각한 내용”이라며 “교칙 위반 등의 책임이나 비용을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떠넘기고자 하는 신입생 서약서는 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천도 서울이나 경기도처럼 하루 빨리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시교육청은 ‘신입생 서약서를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중ㆍ고등학교 실태조사를 벌여 시정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견을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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