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문 사진작가의 ‘광장’ 전시회 풍경

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던 2월 10일 오후 7시께, 부평역지하상가 만남의 광장 앞이 졸업시즌을 맞아서인지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헌데 이들의 눈이 서로를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으로 향해있다. 심지어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사진촬영을 한다. 눈앞에 전시돼있는 사진 판넬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이들의 모습 또한 예술이다.

정희문 작가가 두 달 동안 제작한 오드리 햅번과 마릴린 먼로의 그래픽 사진 30여점이 대중들에게 첫 신고식을 하며 야외광장으로 나왔다. 팝아트, 즉 대중예술(상업미술) 경향의 사조를 따르듯 미술이 지닌 주관적 엄숙성을 과감히 깨고 있는 그대로의 작업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정 작가는 전시회장이 아닌 대중광장을 택했다.

“답답한 전시실을 벗어나 대중들에게 냉정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받고 싶었어요.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평가를 수용하려합니다. 누구에게는 소장 가치가 있을 정도로 좋은 작품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이게 무슨 작품이라고’ 하는 비아냥의 조롱거리도 될 수 있겠죠. 그래도 괜찮습니다. 보여줌 자체만으로 작가로서 가치를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두 배우가 파란만장한 영화인생을 살고 있을 때의 치명적인 매력을 담고 있다. 남성에게는 영원한 로망으로, 그리고 여성에게는 오르지 못할 우상으로 자리 잡은 두 배우의 이미지가 오가는 시민들에게 환한 웃음을 전해준다.

작품처럼 파란만장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다는 정 작가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상업미술 본연의 정신인 순수함을 강조한다.

“사진이 그러하듯 삶 자체가 그냥 사는 것이죠. 그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하고요. 억지로 남에게 보여주려 하거나, 가식적으로 나를 포장하려 하다보면 결국에 거짓이 드러나게 되는 법이지요. 우리 주변에 일상적으로 보아오던 것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것이 사진이라면,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순수함으로 보듬어가야 합니다”

‘왜 사냐 곤 웃지요’라는 시 구절이 있듯, 정 작가의 삶 또한 그저 웃을 수 있는 정도만큼의 삶이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버릴 때 비로소 얻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뜻이 아닐까.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특히 사람의 얼굴에 깃들어 있는 수만 가지 표정 자체만으로 작품이 되는 거죠. 그 안에 투영되어 있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끄집어내서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네 삶 또한 별반 다를 게 없으니까요. 껍데기를 벗겨낸 속살의 부끄러움을 볼 수 있으면, 우리네 사회가 좀 더 밝아지지 않을까요(웃음)”

▲ 정희문 작품, ‘마릴린 먼로’.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