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구성원이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구성원 간에 갈등하기도 하고 대립하기도 한다. 때문에 법과 제도를 만들어 통제하기도 하고, 규칙과 약속을 통해 충돌을 최소화하려한다. 또한 도덕성과 상식 등 그 시대 사회가 요구하는 통념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벗어나는 행위를 하면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며 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보면, 법과 제도, 또한 그것을 기반으로 한 사회체제를 수호한다는 미명아래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 함부로 사용되는 것을 숱하게 볼 수 있다. 그것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자신의 권력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검찰은 교사와 공무원 수백명을 기소했다. ‘민주노동당에 비밀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내고 활동했다’는 굴레를 씌운 것이다. 합법 정당을 마치 불순한(?) 정당으로 생각하는 검찰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은 가입 시기를 볼 때 공소시효가 지났고, 후원당원이 됐다고 해서 정당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당원 등재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정당법 위반 혐의는 무죄라고 판결했다.

다만 법원은, 후원금을 낸 것은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그동안 낸 후원금 액수에 따라 벌금 30만원과 50만원으로 나눠 선고했다. 2006년 3월 정당후원제도가 폐지돼 정치자금법상 개인후원이 아닌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이번 판결을 통해 검찰의 권한 남용을 볼 수 있다. 또한 검찰은 충분한 조사 없이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검찰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그리고 진보정당 죽이기’에 앞장섰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교육과학기술부와 인천시교육청은 기본과 상식을 벗어나는 행위를 했다. 사법부의 판결 이전에 검찰이 기소한 교사들의 징계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도, 교과부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인천의 교육 자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에도, 인천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들을 중징계했다.

그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은 교사는 해임되고, 선거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80만원을 받은 교육감은 현직을 유지하는 꼴이 됐다. 징계를 법원 판결 이후로 미뤘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책임을 져야할 점이다.

헌데, 인천시교육청 고위간부의 말이 가관이다. 그는 “징계위원회의 결정과 사법부의 판단이 다를 수 있는 것 아니냐. 징계가 과했다고 판단되면 교과부 소청심사위에서 감경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해당 교사들이 겪었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번 일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 기본과 상식을 벗어나 잘못 사용될 때 얼마나 큰 폐해를 낳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권한과 권력이 막강할수록 그 폐해는 더 커질 수 있다. 새해엔 기본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다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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