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공인노무사
# 이들은 대부분 50~60대 여성노동자다. 새벽에 일어나 가족들 아침식사를 준비한 뒤 첫차를 타고 학교로 향한다. 학생들 강의가 시작되는 9시 전에 말끔히 청소해놔야 해서 보통 5시 전에는 출근해야한다. 이들이 그 많은 학교식당을 이용해 밥을 먹는 것도 허용이 안 된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이미 차가워진 밥을 물에 끓여 국 삼아 점심을 먹는다. 추운 겨울 따뜻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복도 계단 밑 구석이나 지하 작은 공간이 이들의 식당이고 쉼터다. 학생, 교수, 직원들을 위해 십수년을 이렇게 일해 왔지만 이들은 학교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투명인간’이다.

# 이들의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 한 달 월급은 75만원이다.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친다. 하루 밥값은 300원. 밥 한 끼는 고사하고 껌 한 통도 살 수 없다. 이들이 지난해 12월 노동조합을 만들고 학교와 용역업체 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노조 설립 직후인 12월 말, 용역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이들은 하루아침에 해고됐다. 2011년 새해는 이들의 고된 농성으로 시작되었다. 이들은 누구일까?

중앙고용정보원의 산업별ㆍ직업별 고용구조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임금노동자 1600만명 가운데 청소노동자는 37만 7927명으로 단일직종으로는 가장 많다고 한다. 이들의 80% 이상이 여성이고 대부분이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된 비정규직이다.

원청이 용역업체와 최저가입찰제에 의한 도급계약을 하고, 용역업체가 노동자와 계약직 근로계약을 맺어 고용관계를 가지며, 실제로 노동자는 원청에서 일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가져올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노동자는 늘 최저임금을 밑도는 저임금일 수밖에 없고, 매년 계약 해지될 수 있다는 고용불안 속에서 숨죽여야하며, 만약 스스로의 권리를 찾겠다고 노동조합으로 뭉치면 원청은 용역회사와의 계약을 해지해 노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원청의 입장에서는 돈 적게 들이고 책임질 일은 없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때문에 이러한 구조를 바꾸어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제도화하는 것만이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지금, 해고된 홍익대 청소ㆍ경비ㆍ시설노동자 170여명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한 달 가까이 농성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고, 최저임금만이라도 어기지 말라는 것이며,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이미 연세대ㆍ성신여대ㆍ부산대 등 많은 대학에서 노조가 학교 측과 합의서를 통해 고용을 보장받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이번 홍익대 집단해고 사태의 경우도, 학교가 책임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조와 대화를 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이다.

이들의 요구가 너무도 소박해 눈물이 날 지경인데, 학교 측은 “법적으로 문제없다, 용역업체와의 문제다”라며 나 몰라라 하더니 설상가상으로 노조 간부와 조합원 6명을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으로 고소ㆍ고발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늙은 노동자’들은 혹한의 날씨보다도, 힘든 농성보다도, 학교 측의 무성의와 무시하는 태도가 더 자신들을 견디기 힘들게 한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그들도 엄연히 자존감을 가진 인간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각종 성금과 물품, 각계의 농성장 방문자들, 홍대 근처 인디밴드의 공연 등 이들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원과 지지는 농성하는 이들에게도 큰 힘이 되겠지만 한편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영화 ‘식코’에서 이런 말을 했다. “밑바닥 인생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회를 알 수 있다”고. 자신의 몸으로 정직하게 노동하지만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투명인간으로 살던 사람들이 이제 노동조합으로 뭉쳐 승리하는 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나아진 사회를 향해 한 발을 더 내딛는 것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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