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발생으로 훼손된 서울외곽순환도로 부천 중동 나들목 구간을 복원하는 데 드는 비용이 150억원이며, 사회적 손실 비용과 영업 손실은 23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화재는 도로 하부공간에 불법으로 주정차 해놓은 유조차량에서 비롯됐다.

화재 발생 후 불법주정차가 방치되는 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하부공간의 불법주정차에 대한 행정기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헌데, 단속 강화는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외곽순환도로 하부공간의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해당 차량들이 인근 주택가와 도로에 몰려, 주민들의 민원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화물이나 건설중기 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소음, 교통정체와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때문에 불편을 겪고 불안하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 소유주나 운전자들이 이를 알면서도 주택가에 주정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합법적으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천시의 화물차 주차장 확보율을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인천시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총 2만 9000여대이며, 이 가운데 부평구에 등록된 화물차량은 2100여대다. 그러나 화물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은 인천 전체 9개소에 1648면이 전부이며, 부평은 청천동 공영주차장의 81면이 전부다. 민간주차장도 있지만, 확보율에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차 등록 시 반드시 제출하는 차고지증명원도 유명무실이다. 단속 과태료 부과에 억울해하는 차량 소유주나 운전자들의 심정이 이해가는 부분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운전자들에게 과태료 20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일주일치 번 돈을 까먹는 금액이라 한다.

아울러 사업용 화물차(노란번호판)냐, 덤프트럭이나 굴삭기처럼 건설중기 차량이냐에 따라 단속법과 단속 부서가 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화물차와 건설중기의 불법주정차를 단속하는 부서가 나뉘어있고, 적용법도 다르다 보니 시민들이 민원을 제기하기 쉽지 않고, 공무원들도 단속하는 데 어렵다고 한다. 운전자, 시민, 공무원 모두 피해자인 셈이다.

화물차량이 주정차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지 않은 조건에서 단속만 강화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의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

화물차 불법주정차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대책 마련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외곽순환도로 하부공간에서 발생한 화재의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도로 하부공간에 대한 강화된 단속이 언제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결국 이 상태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화물차 주차장을 늘려주든지, 야간에는 한가하고 넓은 도로 이면에 주차라인을 만들어 밤샘주차를 할 수 있도록 해주든지, 대책을 강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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