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올겨울은 많이 춥다. 96년만이라는 강추위에 삼한사온은 가출했고, 수도와 보일러는 줄줄이 터졌고, 한강과 낙동강은 꽁꽁 얼었다. 연평도 포격, ‘삽질예산’과 ‘형님예산’ 날치기에 150만 이웃생명 생매장까지, 더 이상 추울 수 없는 겨울이다.

지엠대우와 부평의 관계

혹한 속에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과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떠올리며 지엠대우와 부평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1980년대 초 대우자동차 공장이 부평에 자리 잡은 이후 지난 30년 동안 부평은 대우를 ‘해바라기’했다. 대우가 어려울 때면 대우차사기운동을 벌였고 구청뿐 아니라 시청에까지 홍보관을 설치해 대우사랑을 실천했다. 그러나 과연 부평이 울 때 대우도 울고, 부평이 웃을 때 대우도 웃었을까?

20년 전 만해도 부평은 수많은 공장굴뚝에서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업도시였다. 산곡동 한화아파트는 한국종합기계 자리였고, 청천동 대우아파트는 동양철관, 금호아파트에는 전남방직, 엠코아파트에는 코리아스파이스가 있었다.

IMF이후 공장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아파트가 올라갔지만 아직 부평엔 지엠대우 부평공장, 수출공단 등, 공장이 많다. 병참기지에서 공업도시로 다시 아파트숲으로 변해가고 있는 부평에서 어떻게 하면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시를 실현할 수 있을까, 부평에 온 지 20년이 넘은, 앞으로도 부평에서 살아갈 필자는 늘 고민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평엔 인천에서 가장 큰 하천인 굴포천이 있고 백두대간에서 갈라진 한남정맥이 남서쪽에 병풍처럼 솟아있다. 과거엔 부평의 허파요 젖줄이었던 굴포천과 한남정맥은 끊어졌고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 부영공원과 굴포천엔 멸종위기의 맹꽁이가 살고 있으며, 만월산엔 반딧불이가 여름밤을 밝히고, 굴포천엔 물총새가 날고 있다.

‘살고 싶은 도시, 어울려 사는 도시’를 위해선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해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삶터, 일터, 놀이터로 사람들과 이웃생명이 함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도시를 원한다. 그런 도시를 위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일본 아이치현에는 인구 38만의 도요타시가 있다. 도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도요타시에는 도요타숲이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도요타숲을 조성해 도시환경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이 숲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생태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자연체험 등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비록 도요타자동차는 사상 최악의 리콜사태를 겪었지만 지역주민들의 사랑으로 다시 정상을 찾고 있다.

세월천 복원 고민해야

지엠대우 부평공장을 가로질러 굴포천의 지류인 세월천이 흐른다. 굴포천 하류는 하천 정비 사업으로 생태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지만, 진정한 생태하천은 상류복개구간을 복원할 때만이 가능하다. 도시에서 물길은 생명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며, 도시 열섬과 미세먼지 등을 줄일 수 있는 공간이며, 도심의 각박한 삶 속에서 자연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물총새, 맹꽁이뿐 아니라 지엠대우 노동자와 부평구민을 위해서라도 지엠대우가 지역사회와 함께 세월천 복원을 고민해야한다.

부평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곳은 지엠대우와 주변 공장들이다. 부평의 도시열섬현상 주범이 지엠대우와 주변공장인 것이다. 도시민의 건강과 쾌적한 삶을 위해서는 도시의 온도를 낮추어야한다. 도시열섬현상의 완화, 도시생태계 복원, 공기 정화, 도시경관 향상과 휴식공간을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곳에서 옥상, 벽면, 담장 녹화 등 도시녹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도시에 꽃과 나무를 심어 푸르게 하고, 결국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엠대우 부평공장에 옥상, 벽면, 담장 녹화사업을 진행한다면 부평의 도시환경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바로서길

‘이웃과 늘 함께 하겠습니다’ 부평 곳곳에 붙어있는 지엠대우의 광고문구이다. 이 광고가 단지 돈벌이만을 목적으로 한 허위 또는 과대광고가 아니길, 지금이라도 지엠대우가 부평에서 진정으로 신뢰와 사랑을 받는 지역사회의 대표 구성원으로 바로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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