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실시한 일제고사, 즉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09년보다 성적이 오른 초등학교에 포상금을 지급했고, ‘성적이 오른 데 기여한’ 교사 60명을 선발해 해외연수를 보낸다고 한다. 10개 학교에 250만원씩 지급했고, 교사 해외연수비로 1인당 250만원씩 지원한다니 모두 합쳐 1억 7500만원이다. 일선 학교에서 예산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예산이 없다는 타령을 한 것 치고는 적지 않은 예산이다.

시교육청은 이 포상 예산이 지난해 초에 세워졌으며, 지역교육지원청 5곳에서 추천한 학교 중 지역별로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없는 학교 2곳씩을 ‘학력향상 우수교’로 선정했고,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추천한 6학년 부장교사나 연구부장, 학력향상 담당교사 중 60명을 ‘학력향상 우수교원’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부 지역교육지원청은 시교육청 포상금 외에 자체적으로 일제고사에서 성적이 오른 학교에 별도로 포상금을 지급했고, 학교에 지급된 포상금은 교사 회식비 등으로 학교장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포상을 받은 학교와 해외연수를 떠날 교사들이 축하받아야할 일인지, 생각하면 떨떠름하다. 이번 포상은 2009년 인천의 일제고사 성적이 전국 하위권으로 나오자 지역 언론의 뭇매를 맞은 뒤 만들어낸 시교육청의 궁여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지난해 인천의 초등학교 6학년생들은 일제고사를 잘 보기 위해 ‘0교시’와 ‘7교시’ 보충수업을 하게 됐고, 6학년 담임교사들은 아이들과 문제풀이를 하느라 수업시간을 보내야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못 보면 방학 때 학교에 나와 보충수업을 해야 한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고, “학습지 교사가 된 것 같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학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노력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규 교과시간을 초과해 학생들을 학교에 잡아놓고 문제를 달달 외우게끔 문제풀이를 시켜서 일제고사 성적을 올렸다고 포상금을 줘야 하는가. 시교육청이 바라보는 학력향상의 초점이 일제고사를 잘 보기 위한 것에만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은 포상이 사기진작을 위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지만, 그것이 정말로 현장 교사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것인지, 특히 어린 학생들에겐 어떤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교육청은 올해도 일제고사 성적향상에 따른 포상 계획을 수립해 놓았다. 또한 북부교육지원청은 별도로 올해 9개교를 학력향상 우수교로 선정해 포상금 500만원씩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부평지역 일부 초등학교는 이번 겨울방학에도 3월이면 6학년에 올라갈 5학년 전체 학생을 학교에 나오게 해 학습을 시키고 있다. 3월께 치를 국가수준 학업진단평가를 대비해 복습을 시키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일제고사를 잘 보는 게 곧 학력향상이라는 시교육청의 시각이, 아이들이 모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방학마저 빼앗고 있다. 아이들의 행복을 빼앗고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