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로 보고한 담당공무원 엄중 문책해야”

2009년에 이어 2010년에도 유통업계 최대 뉴스는 ‘SSM(기업형 슈퍼마켓) 사태’가 차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2월 20일 유통업계 최고경영자, 학계ㆍ연구소 등 유통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10년 유통업계 10대 뉴스’ 가운데 ‘SSM 갈등’이 88.0%로 1위를 차지한 것.

그만큼 대기업(대형마트와 SSM)의 입점과 이를 막는 중소상인 간 갈등은 중요한 민생의제였다. 그러나 22일 열린 ‘인천시 중소상인 경쟁력강화 추진위원회(위원장 송영길 시장ㆍ이하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그동안 시 담당부서가 허위로 보고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지역 중소상인단체는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정책협약을 맺었고, 시는 이에 기초해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처음으로 위원회가 열린 이날, 논란이 된 부분은 인천 남구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대형마트 입점’과 관련된 내용이다.

김진영 시 도시계획국장은 그동안 대형마트 입점이 정해진 바 없다고 했으며, 중소상인들을 만난 두 달 전(=2010년 10월 초)까지도 “대안을 세워 대형마트가 입점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소상인들은 준비했던 ‘인천상인대회’ 집회를 철회했다.

22일 인천시와 숭의운동장도시개발사업자 (주)에이파크개발(=SPC, 특수목적법인), 인천도시개발공사, 중소상인 등이 참여해 열린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주)에이파크개발은 “도시개발사업 중 수익시설(=컨벤션 등 상업시설) 건립에 528억원이 소요되고, 이 가운데 363억원을 대형마트 입점자(=홈플러스)가 부담키로 돼 있다”고 보고했다.

사실상 대형마트가 입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고되자,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는 상인들의 거센 항의와 비판으로 분위기기 험악해졌다. 동시에 그동안 허위보고한 담당자를 문책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국중소상인유권자연합 대표인 인태연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공동대표는 “입점 계획이 없고 대안을 세운다더니 그동안 단 한 번의 협의도 없다가 이제와 입점계획을 늘어놓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앞에서는 보호 운운하면서 뒤에선 대형마트와 손잡는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입점계획과 더불어 논란이 된 부분은 대형마트(홈플러스) 측의 ‘도시개발사업 선투자’에 관한 진실이다. 에이크개발은 이날 ‘홈플러스가 부담키로 돼 있다’라고 보고한 뒤, ‘구두 상 협의와 합의(부담키로 한다는)만 있었을 뿐 계약이 체결 된 게 아니라 선투자는 아직 없다’고 한 부분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재식 본부장은 “중소상인들은 그동안 선투자 돼 있기 때문에 시와 도시개발공사, SPC가 대형마트 입점이 불가피함을 고수해 온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심지어 신동근 정무부시장 조차 위원회가 열리기 전 이미 선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받았다. 신 부시장은 위원회 도중 “전에 (누가)내방에 와서 보고를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홈플러스가)선투자 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라는 거냐?”고 되묻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사태의 심각성은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업무를 보고 받아야 인천시 정무부시장조차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데 있다.

이 같은 정황에 대해 시 도시계획국장은 <부평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추석 이후 내부수습을 위해 시와 SPC, 도개공이 2차례 정도 만나 대안을 모색했다. 내부수습 사안이라 상인을 부를 필요까진 없다고 생각했다. 시의 입장은 여전히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SPC측의 선투자를 통해 7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어 상인과 도시개발사업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대안이 없었다”고 한 뒤 ‘이해당사자인 중소상인을 대안모색 자리에 참여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미리 중소상인단체에 의견을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홈플러스 측의 선투자 부분에 대해서는 “중소상인들이 ‘홈플러스가 선투자를 했느냐안했느냐?’를 물어 본 적도 없고, 시 역시 그런 질문에 답한 적이 없다. 이는 도개공도 마찬가지”라며 “(부시장께는) 분명히 보고를 했다. 다만 보고 시 (사안에 대해)깊숙이 보고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가 결국 대안도 없으면서 순간을 모면하려고 중소상인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두 달이 넘도록 달라진 게 없는 상황에서 나타나 대형마트 입점의 당위성을 얘기할 수 있나? 그리고 계약도 안 한 채 선투자 했다고 허위보고하며, 대형마트 입점을 당연시 여긴 담당자를 엄중 문책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비판에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19.8%의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목적법인 (주)에크파크개발은 이날 대형마트 입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계속 피력했다. 수익시설에 대형마트 입점이 불가할 경우 주거단지 분양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

그러자 곧바로 중소상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업체로부터) 뇌물 받은 사람이 있는 것 아니냐? 그렇지 않고서야 중소상인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자리에 나와 대형마트를 옹호하는 발언만 할 수 있느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처음으로 열린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는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채 결렬되고 말았다. 다만 위원회는 ‘숭의운동장 도시개발사업’뿐만 아니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서구경기장도 수익 모델로 대형마트 입점이 고려될 수 있어, 이를 일상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위원회 안에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것이 유일한 성과다.

대형마트규제 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허위보고 하고, 상인들을 우롱하면 대화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라고 한 뒤 “그래도 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한 만큼 소위원회가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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