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 “국제평화도시 전제돼야”

▲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과 사격훈련… 인천 앞 바다 서해에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기운이 높아지면서 인천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인천시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공정무역도시 인천 만들기’ 토론회를 열었다.
인천시, 내년 3월 중 ‘대북공정무역단체’ 설립 예정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과 사격 훈련 등 2010년을 장식한 10대 뉴스가 인천 앞 바다에서 발생하면서 인천시와 시민들은 그 피해 또한 온 몸으로 겪어야했다.

한반도 화약고로 부상한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안고 있는 인천은 연이은 안보사태로 긴장이 고조됐고, 이는 고스란히 경제상황에 반영됐다. 번화가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겼고, 송도지구에 있는 호텔은 예약 200건이 넘게 취소됐다.

이뿐이 아니다. 정부가 개성공단에 제재조치를 가하면서 바이어들이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를 불안해하며 주문량을 줄이는 일이 발생했다. 업체마다 협력업체가 40~50개에 달한다고 했을 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입주를 위해 공사 중인 인천기업은 모두 39개다.

또 가장 가깝게는 서해5도 주민과 강화도 주민들이 생계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인천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역시 투자 양해각서 체결이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서해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고조가 전쟁불안을 넘어 인천경제를 강타한 게 고스란히 입증됐다.

때문에 인천지역 정치권과 언론, 학계, 경제계, 시민사회 등 인천의 모든 구성원들이 나서 인천을 평화도시로 만들고, 나아가 화약고인 ‘서해 NLL’지대를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로 조성해야하며, 남북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듯 ‘평화’가 곧 ‘경제’인 인천에서, 인천시는 12월 24일 오후 ‘공정무역도시 인천 만들기’ 토론회를 열었다.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회복하고,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인천시 경제수도추진본부 유병윤 투자유치담당관은 “공정무역 도시는 인천상황에 비췄을 때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제협력도시’이자 ‘평화도시’다. 시는 공정무역운영위원회를 구성해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을 준비할 계획이며, 내년 3월 중 조례를 제정해 인천시와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공정무역단체’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 ‘새로운 모델’

남북경제협력과 공정무역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인하대학교 박영일(경제학 박사) 교수는 공정무역에 앞서 남북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 뒤 경제협력 일환으로 공정무역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우선 한반도 통일과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와 관련해 “비핵개방3000으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단히 위험하다. 또 북한에 체제붕괴와 정권교체 등 급변사태가 온다고 해도 북한주민의 동의가 없는 한 흡수통일은 불가능하며, 설령 그런 사태가 온다고 해도 ‘친중정권’일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쟁인데 이는 공멸”이라고 운을 뗐다.

‘우리겨레 하나되기 인천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박 교수는 그래서 평화통일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고, 또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하며, 가장 유력한 준비과정이 남북경협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을 접근하며 유럽연합의 예를 들었다. 그는 “낮은 단계의 자유무역지대와 관세동맹 단계를 지나 공동시장(=유럽경제공동체)을 거쳐 연합단계(=유럽연합)로 간 뒤 완전통합(=유럽합중국)으로 이행한다. 남북이 언제 통일될지 모르나 경제적 편익과 비용, 남북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북경협은 현재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남북경협이 선행되지 않고는 비용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훗날 통일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행해야한다고 역설했다.

▲ 인하대학교 박영일 교수는 남북경협이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자 통일비용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뒤,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은 새로운 모델이기에 힘과 지혜를 모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했다.
박영일 교수는 “편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력, 북측의 자원과 노동력이 결합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효과와 대륙과 해양을 잇는 경제적 효과는 상상할 수도 없으며, 7500만명에 이르는 국민경제도 자립경제의 기반이 된다. 그러나 준비 없이 통일했다간 통일시점에 살아가는 ‘통일세대’가 부담해야할 비용부담이 너무 커 통일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통일을 점진적으로 접근해야한다. 북측에 철도와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를 정비하는 것은 통일 후에도 해야 할 것들이라 통일비용을 분산시키는 것이자, 남측에서는 이제 사업포화상태에 이른 철도공사나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토지주택공사 등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비약적인 경제성장(연간 7~9%대 성장)을 기록한 1세대에 속하는 일본(1960년대)과 2세대인 한국․대만․홍콩․싱가폴(1970년대), 그리고 후발주자에 속하는 중국(1990년대)과 베트남(2000년대)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고도성장을 달성하기까지 일본은 120년, 2세대는 50년, 다음세대는 30년이 걸렸다”고 한 뒤 “이는 동아시아의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한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남북경협이 강화되면 북한 역시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남북교역을 분석한 결과, 일반교역에서 경제협력사업(=개성공단)으로 비중이 높아졌다. 공정무역은 일반교역 분야의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무역의 전제조건, ‘평화도시 인천’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이 인천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제조건도 필요하다. 사실상 남북교류와 협력에 대한 권한을 정부가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북강경정책을 6․15공동선언과 10․4공동선언에 입각해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만으로는 한계점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교수 역시 ‘평화도시 인천’이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즉, 공정무역을 통한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더불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 평화도시 인천 구축이 필요하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관련한 사례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접경지대인 ‘홍해 해양평화공원’과 프랑스와 이탈리아간의 ‘지중해 보니파시오 국제해양공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산호삼각지 해양평화공원’ 등이 익히 알려져 있다.

홍해 해양평화공원은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군사적 충돌을 예방하고, 북부 아카바만의 산호 생태계와 해양환경 보호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중해 보니파시오 국제해양공원도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해양생물 보존과 수산자원 지속가능성 유지, 위험물 선적 선박 통항 감소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더불어 중요한 장치가 바로 ‘평화도시 인천’이다. 유엔 산하에 ‘세계평화사절 도시연합(IAPMC)’이 있다. 국내 도시 중에서도 수원시와 제주시, 파주시가 이미 세계평화사절 도시연합에 가입해있다.

IAPMC는 도시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와 공동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6년 유엔경제사회위원회 특별자문기관으로 설립됐으며 국제평화, 빈곤퇴치, 환경보호, 지역·계층 간 균형발전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천평화도시운동본부 이협 운영위원장은 “전쟁불안과 긴장이 가장 높은 도시, 그래서 피해를 가장 많이 입는 도시 인천을 대내외에 평화도시로 선포한 뒤 유엔평화사절 도시연합에 가입해 국제평화도시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남북경협을 통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정부와 정치권이 이를 받아들여 공동선언에 입각해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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