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주안8동 중소상인 체포영장 발부
“동반성장위원회,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월 29일 ‘대ㆍ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추진 정책을 밝힌 후 70일 만인 12월 13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측 대표 각각 9명, 학계 인사 6명 등 민간위원 24명으로 구성된 ‘동방성장위원회(위원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발족했다.

이날 정운찬 위원장은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는 21세기적 기회와 위협요인, 오랜 시간 누적된 편법과 불공정 관행이 중복돼 복잡한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며 “동반성장위가 가장 우선시해야할 일은 이러한 모순과 갈등, 기회와 위협을 넘어서는 우리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정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이 ‘우리만의 새로운 발전모델’을 강조한 뒤 이틀이 지나 한국사회는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SSM(=기업형 슈퍼마켓) 입점을 막기 위해 농성을 했던 중소상인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

인천남부경찰서는 인천 주안8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저지 대책위’ 대표와 그 아들, 그리고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15일 오전 대책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하러 가겠다’고 밝혔다.

주안동 대책위 최관식 대표는 “이제껏 살면서 경찰서나 법원을 오갈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아들까지 체포하겠다고 하니 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밥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있는 내 밥그릇만이라도 지켜달라는 게, 그게 그렇게도 잘 못한 일인지, 하늘이 원망스럽고, 세상이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롯데마트 ‘통큰치킨’ 파동이 말해주듯 2010년 한해를 달궜던 경제 분야 화두는 SSM으로 대표되는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이었다. 이 갈등은 동반성장위 발족과는 무관하게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정재식 사무국장은 “유통법과 상생법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곳곳에서는 SSM이 출점하고 있고, 살고자 했던 중소상인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SSM 측이 고소ㆍ고발한 사건 또한 진행 중”이라고 한 뒤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갈등 해결 없이 동반성장은 구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해야”

SSM 입점을 막고자 농성했던 중소상인들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중소상인들은 ‘SSM 측의 고소ㆍ고발 철회’와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주문했다.

주안8동과 마찬가지로 앞서 고소ㆍ고발을 당한 ‘사업조정 신청지역 인천연석회의’ 연국흠 대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찾아와 ‘입점하게 해주면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까지 막을 경우 가맹점으로 전환해서라도 반드시 입점하겠다’고 했다”며 “대기업이 과연 동반성장 의지가 있다면 고소와 고발을 취하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2010년 상반기 SSM의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이 18%인 가운데 빅3(=롯데ㆍ삼성테스코ㆍGS) 기업의 슈퍼마켓 시장 점유율은 12.2%p(금감원자료-출처ㆍ조승수 의원실)에 달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반 동안 신규 출점한 SSM 434개 중 86%에 해당하는 374개(2010년 6월 기준)가 빅3에 속한 SSM이다.

때문에 중소상인들은 동반성장위의 역할에 ‘대기업과 중소상인 간 동반성장’을 명시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즉,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에 유통분야도 포함시켜야한다는 것.

앞서 동반성장위는 발족과 더불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준수와 우월적 지위남용 금지, 중소기업의 기업역량 확보 및 하도급 윤리 준수’ 등 8개항을 담은 ‘동반성장 이행 헌장’을 채택했다. 또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하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을 선정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동반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기획실장은 “동반성장위의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중소유통업도 중소기업 적합 업종과 품목에 포함시켜야한다. 주로 중소제조업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동반성장위의 한계를 중소유통업까지 확장해 서민들이 ‘동반성장’을 체감할 수 있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중소기업 호민관’ 전철 밟지 말아야”

동반성장위 위원 구성도 논란거리다. 24명으로 구성된 동반성장위 위원 중에 중소유통업 분야 관계자는 없다. 롯데쇼핑 측이 대기업 할당 9명 가운데 1명으로 참석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동반성장하자면서 중소상인 몫이 없다는 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동반성장위 발족이 전시행정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과거 중소기업들의 호민관 역할을 하고자 추진하던 사업이 안팎의 외압과 정부의 무책임으로 좌초되고, 결국 ‘중소기업 호민관’이었던 이민화씨가 사퇴했던 전철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산부족과 총리에서 퇴임한지 얼마 안 된 인사가 위원장을 맡은 것도 이를 거들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임기 3년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호민관을 그만 둔 이민화 전 ‘중소기업 호민관’은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중소기업의 위상과 관계를 그대로 반영했다.

그는 당시 ‘기업호민관실은 대ㆍ중소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 등을 평가하는 지표인 호민인덱스를 개발한 뒤 서면조사를 위해 이메일 발송에 착수했으나 거부당했다. 상부의 엄청난 지시가 내려져 업무추진이 어려워졌다’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박완기 경실련 협동사무총장은 “동반성장위가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더불어 독립성이 보장돼야한다. 첫 회의 때 중소기업 대표들이 아무 말 못하고 경청하기만 했다는 것은 ‘들러리’나 ‘수직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한 뒤 “위원회의 독립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가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