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증위원회, 편익비용분석 1.065 아닌 0.247

경인아라뱃길(이하 경인운하)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여실히 입증됐다. 50%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경인운하사업은 이대로 진행될 경우 결국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경인운하사업은 인천 서해와 한강을 잇는 물길 사업이다. 1995년 민간자본투자 사업으로 지정됐으나 환경단체의 반발로 경제성 논란에 휩싸이며 2003년 재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방수로공사만 진행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재추진 의사를 밝혔고, 정부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편익비용 분석(B/C ratio = 1.065) 결과를 근거로 경인운하사업을 3월 착공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맡기로 한 경인운하 건설공사에는 2조 2500억원이 투입된다.

경인운하 사업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할 때부터 경제성 논란에 휩싸였다. 착공에 이르기까지 무려 8번에 걸쳐 편익비용분석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정부 스로 사업의 경제성에 논란이 있음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에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한강유역 주변인 인천시와 김포시, 고양시 단체장들은 시민사회의 경인운하 사업성 재검증 요청을 받아들여, ‘경인아라뱃길 재검증위원회(위원장 하석용 인천대 교수)’를 구성했다. 위원회에는 임석민 한신대 경상대학 교수를 비롯해 박창호 재능대 교수, 강병수 인천시의회 의원 등 모두 28명이 참여해, 경인운하의 경제성과 환경성, 홍수와 친수분야를 재검증했다.

경인운하 재검증위원회가 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인운하의 사업성은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는 편익비용분석 결과 경인운하 사업성이 1.065라고 했지만, 재검증위는 사업성이 0.247이라고 했다. 무려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재검증위원회는 우선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분석보고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았다. 경인운하 사업은 그동안 B/C분석(편익비용분석)이 무려 8번이나 다시 계산되고 변경됐다.

<경인운하 편익비용분석 결과 변경흐름>
① 1989년. 수자원공사(이하 수공) 발표, 경인운하 B/C 2.08
② 1996년. 건설부 ‘경인운하 보완조사’ 지시, 해운산업연구원(KMI) 발표 B/C 2.2
③ 2002년. 건교부 KDI에 의뢰, KDI 보고서 초안 B/C 0.8166
④ 건교부 화물부두의 변경 등 13개 항목을 조정해 다시 평가하게 했지만, 2차 보고서의 B/C도 0.9206.
⑤ 이에 건교부는 보고서의 인수를 거부하고 용역비의 지불을 미루면서 다시 변경을 시도하여 나온 8개 시나리오의 B/C가 0.9223~1.2807
⑥ 2003년. 감사원은 건교부가 KDI의 경제성 분석에 개입해 비용을 줄이고 편익을 부풀렸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업 중단과 담당공무원의 징계를 건의. 감사원이 재산정한 B/C는 0.7607~0.9317
⑦ 2004년. 건교부, 네덜란드 컨설팅업체 DHV와 8월 말에 20억원을 주고 용역계약. 2007년 B/C 1.76이라는 결과를 얻음.
⑧ 2008년. 국토부, 9월에 KDI에 사업타당성의 재검증 의뢰. KDI 재검증 보고서 B/C 1.065
⑨ 2010년. 경인아라뱃길 재검증위원회, 경인운하 B/C 0.247 발표.

이 같은 변경과정에 대해 재검증위원회는 “경제성 분석이 수시로 변경됐다는 것은 사업시행자인 정부가 이 사업의 경제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석자체에 대한 학문적인 신뢰성마저도 보증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업성은 뻥튀기, 환경영향평가는 미반영

재검증위원회는 경인운하의 사업성이 4배 이상 ‘뻥튀기’된 배경에 대해, 편익을 과대 계상하고 비용을 과소 계상했다고 밝혔다.

재검증위원회는 KDI의 보고서를 토대로 KDI의 분석에 오류가 있음을 주장했다. 재검증위원회는 ▲교통 혼잡 완화 편익 ▲재항비용과 하역비용 절감 편익 ▲토지조성 편익이 부풀려 졌고, 방수로 공사비의 비용과 주운수로 수질 유지와 관련된 비용, 해사 세척시설 설치 운영 유지비용, 한강의 염수 유입으로 인한 피해 등의 비용이 계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재검증위원회는 KDI의 비용편익분석 결과를 재산정해, 편익은 KDI 당초계상 총편익 2조 585.5억원에서 교통 혼잡 완화 편익 3413.5억원과 재항비용과 하역비용 절감편익 4869억원, 배후 토지조성 편익 5560억원을 뺀 6743억 원이며, 비용은 KDI 당초계상 총비용 1조 9330.2억원에 방수로공사 순비용 5272억원과 누락된 기타비용을 더하면 최소 2조 4602.2억원 이상이 된다고 밝혔다.

하석용 위원장은 “재검증위원회가 분석한 정상적인 추정 B/C비율은 ‘6743억원/2조4602.2억원 = 0.274’ 이하에 불과하다. 결국 이 사업은 정상적인 B/C분석을 전제로 했을 때 어떠한 경우에도 선택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인운하 사업이 안고 있는 부실은 비단 사업성 ‘뻥튀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검증위원회는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평가서 검토기간은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이며, 한 차례에 한해서 15일 간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인운하 사업의 경우 환경부와 국토해양부 간의 환경협의는 단 20일 만에 종료됐다. 이러한 사례는 이 사업의 규모와 사회적인 관심을 고려했을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위원회의 판단’이라고 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주운수로와 해양수질에 미치는 영향, 갯벌 준설과 매립으로 인한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 김포 갑문 개방 시 인근 농경지 염분 피해 가능성, 사업대상지 인근에 서식하는 법적 보호종 보전 대책, 고양 장항 습지의 훼손 가능성 등의 요소들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질타한 뒤, 위원회는 “이 사업이 환경영향평가법이 정한 환경보전의 입법 목적과 행정의 적정성을 현저하게 위반했다”고 위법성을 추궁했다.

위원회는 경인운하 사업이 총체적 부실을 안고 있는 사업임에도 현재 50%에 가까운 공정 진도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때문에 대안 역시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법률적인 판단에 따라 공사를 전면 중지하고, 대상 부지를 복개 방수로로 개조해 복개지면을 관광용 부지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두 번째 공사 규모를 전면 축소해 방수로와 소하천 기능을 이용한 수변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 끝으로 가능한 한 지적된 사항을 보완해 현행 계획을 완료하고 운영을 미래세대에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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