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암스님 정암명상치유센터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맛이지만, 독일 장인들의 두툼한 손에 의해 쇳덩이가 종이처럼 잘리고 구부려져 한손에 쏙 들어오게 만든 아날로그적 클래식 카메라를 보고 있노라면 ‘참 대단한 정성이 들어간 예술품이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사진 촬영을 아주 좋아해서 클래식 카메라를 한 대, 두 대 수집하다 보니 200대 가깝게 모았다. 그런데 이 카메라들이 고장 없이 작동이 잘되게 하려면 애정이 필요하다. 정기적으로 필름 이송레버를 돌려 셔터막도 한 번씩은 움직여줘야 하고, 가끔은 기름칠도 해줘야 세월에 비해 동작이 원활해진다.

요즘은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아 환갑도 청춘이라고는 하지만, 100세가 다 되어도 건강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몸을 잘 알고 있으며,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트레이닝을 통해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두뇌는 사람의 행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리고 개념적으로 존재하는 마음을 창조하는 곳이기도 한데, 건강하게 몸을 관리하듯이 자신의 두뇌를 잘 이해하고 명상을 통해 관리하면 마음의 문제를 일으키는 정신병 또한 조절이 가능하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불교에서 중요시하는 중도(中道), 즉 두뇌의 조절자로서 중도물질이라 불리는 세로토닌(Serotonin)의 치유효과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세로토닌은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로 기능하는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다. 세로토닌신경은 뇌간의 중앙 봉선핵을 따라 정중부(正中部)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신경가지는 온 뇌에 넓게 분포돼 생명 중추와 생존을 위한 뇌 전체의 기능을 조율한다. 두뇌 속에 세로토닌이 모자라면 정신분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긴다.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은 만성적이며, 망상ㆍ환각ㆍ환청ㆍ와해된 언어ㆍ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이 병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근래에 와서 치료법이 많이 발달됐다. 최근에는 MBSR 등 불교식 명상과 운동요법 그리고 약물 등에서 치료적 발전을 보이고 있다.

정신분열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과 과대망상부터 신체적 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소아기나 청소년기에 발병될 경우에는 대인관계ㆍ학업 또는 직업 진출에서 좌절을 겪으며, 충동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자살시도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매우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두뇌를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은 알려진 것만도 50여종이 넘지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면 노르아드레날린ㆍ도파민ㆍ세로토닌이 대표적이다. 이중에 노르아드레날린은 분노의 호르몬이라 할 수 있다. 심박증가와 혈압상승에 관여하며, 충동적이고 적극적이고 공격성을 보인다.

도파민은 창조력과 인간의 본능, 감정에 관여하고, 도파민이 부족하면 ‘파킨슨병’에 걸린다. 도파민계가 과도하게 자극되면 환각과 정신분열을 보이는데, 호기심과 새로운 일에 관심을 보이는 물질이다.

세로토닌은 중도 또는 행복물질이라 불린다. 정서와 감정, 수면이나 기억, 식욕조절 등에 관여하며, 대표적인 기능으로는 공격적인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 중독성을 보이는 엔돌핀과 도파민을 조절한다. 세로토닌이 부족할 경우 쉽게 폭력적으로 되거나 중독에 빠지게 되며 우울증이 발생한다.

마음과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는 상호적이다. 따라서 좋은 마음을 먹으면 좋은 물질이 나오고, 나쁜 생각을 하면 두뇌 속에서 나쁜 물질이 분비된다. 이런 두뇌의 화학작용을 통해 마음이 우울해지고 괴로움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뇌를 잘 이해하고 바꾸는 것이다. 즉 성격을 바꾸는 것이다. 다시,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마음을 찾는 선(禪)의 수행역사를 살펴보면, 미친 사람이 제 정신을 찾고, 나환자가 자신의 마음을 보고 완쾌되는 기적들을 수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불교의 뛰어난 스승들은 “그런 것들은 수 많은 치유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가볍게 넘기고 있다.

왜 그럴까? 개개의 치유방법은 마음을 바로보고 깨달아서 생사(生死)의 근본을 바꾸는 본질이 아닌 지엽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이치가 병이 있으면 약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고칠 수 없는 병은 없다. 자신을 바꾸려고 마음을 일으키는 발심(發心)과 수행(修行), 이를 끊임없이 지켜나가려는 의지만 세울 수 있으면 모든 것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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