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교, 강제로 수능 응원비 걷어 물의

인천의 일부 고등학교가 1ㆍ2학년 학생들에게 3학년 수험생들을 응원하겠다며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원비 명목으로 돈을 강제로 걷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금액이 크진 않지만 학교나 학생부가 주도해 돈을 걷다보니, 학생들 사이에선 선배를 응원하겠다는 마음보단 반발감만 더 커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들 학교뿐 아니라 다른 일부 고교에서도 전통이라는 명목 아래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11일 현재 부평의 ㅅ고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말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최근 수능을 앞둔 3학년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물과 떡을 구입한다는 명목으로 1ㆍ2학년 전원에게 2000원씩을 일괄적으로 걷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생회가 반장ㆍ부반장과 함께하는 회의에서 자치적으로 결정해서 반장들이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학생부의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강제적으로 돈을 걷고 있고, 이에 대해 학생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다. 돈이 절반 밖에 걷어지지 않은 반도 많다.

이에 대해 ㅅ고 학생부장 교사는 11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통화에서 “학교나 학생부에서 관여하는 바가 전혀 없고 학생회에서 스스로 결정해 걷는 것”이라며 “돈은 내고 싶은 학생들한테만 걷고 있고, 교사들이 돈을 관리하지도 않는다.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학교의 좋은 전통을 가지고 왜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말은 전혀 달랐다. 강제적으로 돈을 걷다 보니 오히려 응원의 마음은 사라지고 반발감만 생긴다고 지적했다.

학생 A군은 “학생부에서 수능 응원비를 걷으라고 했고, 얼마를 걷을 것인지만 학생들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돈을 걷는 것이 강압적이다 보니 친구들이 돈을 왜 내야하냐며 싫어한다”고 말했다.

B군은 “걷은 돈을 학생들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 3학년을 응원하는 거라면 교사들부터 마음을 내야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에서 좋은 전통이라고 하지만 응원의 마음이 없는데 이게 어떻게 좋은 전통이냐, 작년에도 돈을 걷어 3학년 선배들에게 떡을 선물했는데 먹지 않고 버린 것이 많아 친구들이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1학년 학부모 C씨는 “아이가 집에 와서 수능 응원비를 내야 한다고 했는데, 모두 걷히면 170만원 정도가 되지만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쓰이냐고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 받았다고 했다”며 “고3 수험생을 응원하는 것은 좋지만 학교(학생부)가 주도해서 강제적으로 돈을 걷는 것은 오히려 응원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아예 학교가 나서서 수능응원비를 강제로 걷는 사례도 있다. 인천의 ㅈ고교 학생과 학부모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이 학교는 담임교사가 직접 학생들에게 수능응원비를 1000원씩 걷었다.

1학년 학부모 D씨는 “담임 선생님이 3학년을 응원한다며 1000원씩을 모두 내라고 해서 친구들이 불만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했다”며 “이게 불법찬조금이 아니냐, 학교에서 운영비로 충분히 가능한 것을 왜 이렇게 학생들에게 돈을 걷어서 하는 지 모르겠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중등북부지회 관계자는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3학년 수험생들을 응원한다며 1ㆍ2학년생들에게 돈을 걷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학생회가 자발적으로 결정하고 돈을 걷는다고 하지만, 서류상으로만 그렇게 하고 실상은 학생부(학교)가 중심이 돼 돈을 걷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럴 경우 선배를 응원한다는 의미가 퇴색돼 전통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학교에서 예산을 들여 응원해주는 게 낫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병서 인천시교육청 교육과정기획과장은 “학생회에서 자체적으로 결정해서 돈을 걷고 응원하는 것은 좋은 전통이지만,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돈을 걷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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