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4기 안상수 시장 시절인 지난해 인천시가 편성한 올해 예산 7조 1000억원 가운데 8227억원이 부풀려지거나 허수로 책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큰 충격과 함께, 이로 인해 인천시뿐 아니라 10개 구․군이 예산을 운용하는 데 큰 차질이 예상돼 걱정이다.
시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예산은 부풀렸고,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할 경비는 세출예산으로 편성하지 않았다. 그 규모가 당초 예산의 10%를 넘어, 올해 시 재정 악화의 핵심요인이 됐고, 잉여금이 축소돼 내년도 예산 편성과 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남겼다.

그렇게 ‘뻥’을 치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는 예산부서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같이 허수의 예산을 편성했는지 반드시 밝혀야할 것이다. 시 재정 운용문제는 지난해 3월부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돼 지역사회의 쟁점으로 부각됐다.

예산편성 작업이 한창이던 10~11월에는 시와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이 ‘2010년 예산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등은 시 재정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정건전성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 당시 시는 ‘재정은 건전하다. 곧 부산을 앞지를 것이다. 빚은 투자의 일환’이라며 ‘지방채는 절대 3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시가 이렇게 엄청난 규모로 예산을 부풀린 것은 지방선거를 대비한 꼼수였다’는 참여예산네트워크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앞에서는 시민들에게 헛된 꿈, 헛된 비전을 제시하고, 뒤에서는 엄청난 예산을 부풀렸던 시 관계 공무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시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한 시의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의회도 방문해 과도한 지방채 발행과 재정위기에 대한 의회차원의 대응을 요구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재정부분 만큼은 시의 거수기에 불과했다.

지금 시의회에는 재정특별위원회가 구성돼있다. 철저하게 문제점을 파헤쳐 관련자를 문책하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한다. 시에는 예산정책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여러 위원회가 있다.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 투융자심의위원회, 지방재정공시위원회 등 예산정책을 심의하는 기구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적극 보장해야한다. 민선5기 송영길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주민참여예산제 또한 적극 도입해야한다.

예산은 곧 정책이다. 시민들을 우롱하고 재정 파탄을 초래할 허수 예산을 편성했다니, 시민들이 시의 어떠한 정책과 행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민선5기가 시민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이번 ‘허수 예산 편성’ 문제부터 올바르게 처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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