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편성하면서 세입 부풀리고 의무경비 빼고
참여예산센터 “부풀린 관계자 단호하게 문책해야”

민선4기 안상수 전 시장 시절인 지난해 인천시가 2010년도 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예산을 부풀리고 지출해야할 의무적 경비를 편성하지 않는 방법으로 8227억원이나 허수로 책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010년도 세입예산 7조 1000억원의 10%를 웃도는 어마어마한 규모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참여예산센터가 4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약 7조 1000억원의 세입․세출예산 중 세입은 부풀리고, 의무적 경비(=국비 매칭사업비)는 유보함으로써 모두 8227억원의 예산을 허수로 책정하거나 편성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예산 편성 시 세입은 들어올 돈보다 부풀려 편성하고, 세출은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할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본예산 전체의 10%를 넘는 금액이라 결국 올해 재정악화의 핵심요인이 됐고, 나아가 2011년도 예산 편성에서도 잉여금이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세입예산 4677억원 부풀리고
의무경비 3550억원 편성 안해

세입을 부풀렸던 항목은 지방세, 세외수입, 보통교부세 등으로 모두 4677억원 규모다. 지방세의 경우 세입부서에서는 당초 2조 1617억원을 계상했으나, 편성 과정을 통해 2조 5117억원으로 3500억원을 늘렸다.

세외수입 역시 4257억원에서 4744억으로 487억원을 늘렸다. 순세계잉여금 255억원을 비롯해 검단산업단지 교통개선부담금과 토지보상 환매금을 각각 139억원, 93억원 늘렸다. 131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690억원이 증액된 보통교부세의 경우도 증액이 불가피했더라도 과했다는 게 참여예산센터의 분석이다.

시는 또 당연히 책정해야할 의무경비인 국비 매칭사업비 등을 추가경정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2010년도 예산 중 국고보조 매칭부담금 370억원, 버스준공영제 등 교통사업 563억원, 비법정 전출금과 출연금 541억원, 계속사업비 2076억원 등 총3550억원을 편성하지 않았다.

즉, 실제 세입예산은 6조 6323억원인데 4677억원을 부풀려 7조 1000억원으로 편성했고, 실제 세출예산은 7조 4550억원인데 3550억원을 빼고 7조 1000억원으로 맞췄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취등록세 감소로 지방세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 앞으로 예산 운용에 파행이 예상되고, 또 의무경비 3550억원까지 부담해야해 2011년 각종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투명성 확보 위한 장치 필요
“시민사회 참여 적극 보장해야”

이에 참여예산센터는 시의회 재정특위가 철저하게 조사해 관련자들을 단호하게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또 세입예산 부풀리기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자체 재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의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 참여 등의 요구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인천시 지방재정 건전성 악화는 지난해부터 지역사회의 쟁점 사안으로 부각됐고, 예산편성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10~11월에는 시와 시민사회가 ‘2010년 예산,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어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는 시 재정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정 건전성 강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시는 ‘재정은 건전하다. 곧 부산을 앞지를 것이다. 빚은 투자의 일환’이라며 ‘지방채는 절대 30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예산은 곧 정책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와 지역 언론이 함께 재정위기의 문제를 토론했다. 그런데 한편에서 275만 시민을 속이고 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뻥튀기 예산을 편성했으니 시 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 같은 파행은 예산부서가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누구의 지시에 의해 이 같이 허수의 예산을 편성했는지 반드시 밝혀야할 것”이라고 한 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자를 엄정히 문책해야한다”고 말했다.

자치단체가 예상되는 세입보다 부풀려 예산을 편성하고 의무적으로 지출해야할 세출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도 그 규모가 전체 예산의 10%를 넘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시의회에 구성된 재정특위의 강화와 함께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방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례 개정도 설득력을 얻을 전망이다.

인천참여예산네트워크 신규철 운영위원은 “시의회 재정특위가 철저하게 문제점을 파헤쳐 책임을 묻고 대안을 마련해야한다”고 한 뒤 “또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기지방재정계획 심의위원회와 투융자심의위원회, 지방재정공시위원회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조례개정으로 보장해야하며,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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