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하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위한 한걸음’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경기도 교육청이 10월 5일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고, 서울시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천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이 시작돼 관심이 모아진다.

포럼에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청소년들의 활동과정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팀이 설문조사한 ‘교사가 바라보는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생각’이 소개됐다. 발표 후에는 참가한 학생과 교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단체들은 앞으로 인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등 구체적인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수언론 등 일각에선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이를 침소봉대해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해 조례 제정이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한동안 교사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되고, 얼마나 진통을 겪을까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팀이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가고 싶은 학교가 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할 것’으로 집단 따돌림 같은 학교폭력과 야간자율학습 등 강제 과잉학습, 두발규제를 꼽았다고 한다. 또한 ‘학생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할 것’으로 입시경쟁 해소, 인권교육 강화, 노후한 교육시설 개선, 학교 의사결정에 참여보장을 꼽았다고 한다.

이는 교사들이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학생들의 마음이 자라지 못하고, 그 결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면 혹자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게다. 교사들에게 그런 마음이 있는데, 꼭 법과 제도로 학생인권 보장을 명시해야하냐고. 물론 학생인권보장을 제도화해야한다. 교사들의 마음은 언제든지 권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로 짓눌린다.

제왕적인 교장의 존재는 학교에서 대화와 타협 등 소통의 문화를 가로 막고 있으며, 각종 비리와 인권 침해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 내 비정규직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그리고 학생은 학교 현장에서 가장 약자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교사의 권력을 내려놓고 제대로 교육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를 세우는 과정과 학생들의 인권을 세우는 과정은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니다. 교권 세우기와 학생인권 세우기는 결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갈 수 있는 친구인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대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내실 있는 후속 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학생 인권 보장’이 학교에서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관련된 모든 이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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