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단순 우발 범죄”↔노조 “사측의 노조탄압 등으로 야기”
이 사건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건설기계지부는 “사측이 상조회 등을 동원해 노조를 탄압해오던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진상 규명과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쟁 중 차량에 있던 흉기로 노조 분회장 찔러
사건은 10월 26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서구 원창동 소재 D레미콘 공장에서 김아무개(56)씨가 차량을 몰고 공장에서 나가려던 중 공장으로 들어오려던 레미콘 차량과 맞닥뜨리면서 벌어졌다.
공장에서 나가려던 김씨는 맞닥뜨린 차량의 70대 운전기사와 언쟁을 벌였고, 이 회사 노조 김아무개(54) 조직부장은 “나이든 사람에게 욕을 하면 되냐”며 언쟁을 말렸다. 그로부터 2시간이 지난 후 김씨는 김 조직부장의 레미콘 차량 옆에 자신의 차량을 붙이고 오전 일에 대해 언쟁을 하던 중 느닷없이 차량에서 망치를 꺼내 김 조직부장의 머리를 두 번이나 가격했다.
도망치던 김 조직부장을 뒤쫓던 김씨는 이 모습을 목격하고 급하게 사무실에서 나온 노조 분회장 하아무개(54)씨를 특별한 이유 없이 식칼로 찔렀다. 하 분회장은 긴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도중에 사망했으며, 김 조직부장은 머리를 아홉 바늘 꿰매는 부상을 당했다.
범행을 저지른 김씨는 오후 1시 50분 무렵 30m 높이의 레미콘 공장 건물 옥상에 올라가 “경찰에 신고하면 뛰어내려 죽겠다”고 소리치며 대치하다, 가족 등의 설득으로 밑으로 내려왔다. 김씨는 건물 옥상에서 쇠파이프로 자신의 머리를 자해하기도 했으며, 경찰은 이런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
노조 “사측의 노조 탄압과 연결”↔경찰 “단순 우발 범죄”
대낮 활극 참상이 발생한 것에 대해 인천지역 노동계 일각에서는 계속적인 노조 탄압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과 건설기계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범행을 저지른 김씨는 5년 전 레미콘 공장 노조 부분회장을 지냈으며 선거에서 하 분회장에게 패배한 후 동료들과 함께 노조를 탈퇴하고 상조회를 구성해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건설기계지부 측은 “사측이 조합원을 제외한 비조합원만을 회식을 시켜주고 가불을 해주는 등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의 갈등을 유발했고, 노조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상조회 활동을 하며 노조에 불만이 있었던 김씨가 하 분회장을 흉기로 찔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대책을 수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레미콘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 50명 중 25명이 조합원이고 25명은 비조합원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27일 <부평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차량 진출입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측의 노조 탄압과는 연관성이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산하 노동조합과 인천지역 시민사회는 10월 27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노동법 개정,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연 후 하 분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길병원 영안실에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한만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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