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교에 있는 동안은 돌봄과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걱정을 크게 덜지만, 문제는 학교가 파한 뒤다. 이러한 걱정은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등 돌봄이 어려운 가정에 더욱 크다. 맞벌이가정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한 걱정을 덜어주고자 만든 게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후 공부방이다. 초창기 공부방은 뜻있는 사람들이 만들었고, 주변 주민들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운영됐다. 공부방 교사 또한 현직 교사나 대학생 등이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역공동체를 위한 공부방 운동이 점차 활발해지면서 더 이상 몇몇의 헌신과 봉사에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행정적 지원을 통해 공부방 운영을 안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정부는 공부방을 지원하기로 했고, 대신에 지원조건을 달았다.

어느 정도 규모의 공간과 시설을 확보하고, 시설장과 보육교사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춰야했다. 그 때부터 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이하 아동센터)로 다시 태어났다. 이를 계기로 아동센터가 많이 늘었다. 아동센터의 전신인 공부방은 1995년에 전국적으로 100여곳도 되지 않았다가 IMF를 거치면서 2000년에는 500여곳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는 3500개소를 훌쩍 넘었다. 이는 IMF 이후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나 홀로 방임아동’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18만명 정도가 아동센터 등에서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호되지 못하는 아동이 9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아동센터처럼 ‘나 홀로 방임아동’을 돌보는 곳이 더 확충돼야함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아동센터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이 발생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아동센터를 평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운영비 지원액을 차등 교부하기 시작했다. 아동센터들은 지난해 평가지표 등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올해는 달랐다. 평가를 거부한 것이다.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장 현실과 동떨어진 평가지표가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아동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으로 한정지으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나 홀로 방임아동’의 소외를 더욱 부추겼다는 것이 평가를 거부한 아동센터들의 주장이다. 그러자 정부는 평가를 받지 않은 아동센터에 대해 운영비 지원액의 30~50%를 삭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될 경우, 이용하는 아동 수를 줄일 수는 없는 상황에서 결국 인건비를 줄여야한다. 문을 닫는 최악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어떠한 경우든 그 피해는 아동들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평가 거부는 부실 시설을 방치할 수 있고, 평가는 아동센터의 하향평준화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는 정부의 의견은 타당하다. 때문에 아동센터들도 평가 자체를 거부하진 않는다. 다만, 올바른 평가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시하는 평가는 방임아동을 더 늘리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 때문에 지금의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동센터들이 요구하는 ‘올바른 평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부는 먼저 고민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