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회서 상생법안ㆍ유통법안 동시 처리해야

▲ 신규철 대형마트규제 인천대책위 집행위원장.
지난 22일 한나라당ㆍ민주당 원내 수석부대표가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와 관련된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관한 법(이하 상생법)’ 개정안 중 유통법안은 10월 25일 우선 처리하고 상생법안은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 9일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5일 아침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민주당 자유무역협정(FTA) 특별위원회에 참석해 회기 내 상생법안 처리는 불가하다고 밝혔다. 앞서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는 22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가 유통법안만 통과시키고 상생법안은 처리하지 않기 위한 술책임을 지적하며 두 법안의 동시처리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외교통상부가 ‘정부 위의 정부’로 군림하며 국회의 입법과정까지 좌지우지하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상생법이 개정될 당시에도 외교통상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개정안 내용에 반대의사를 표명해,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인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대부분의 조항이 삭제된 채 결국 본회의에서 의결된 바 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생법안과 유통법안 역시 여야와 관계부처의 합의로 지난 4월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외교통상부의 반대로 지금까지 그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입법의 최종 권한이 국회가 아니라 외교통상부에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동안 관계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외교통상부는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국회에 와서 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부처 간 의견 차도 통합할 능력이 없는 건가. 또한 여당은 외교통상부의 입장을 몰라서 정기국회 내 처리를 약속한 것인지, 아니면 두 법안의 통과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는 중소상인들을 기만하고자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말 바꾸기’를 지켜봐 놓고도 두 법안의 분리처리를 합의한 민주당의 모습 또한 답답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민생법안 처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걸 중단해야하고, 국회는 정부의 거짓말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입법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상생법안 처리를 한ㆍEU FTA 정식서명 이후에 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다시 말을 바꿔 EU 의회의 비준이 난 이후에 처리하자고 한다.

하지만 한ㆍEU FTA는 내년 7월 1일 잠정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어, 한국과 EU 의회는 내년 6월까지 비준을 마치면 되고 정식발효는 2~3년 후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주장만 따라가다 보면 상생법안 처리는 무한정 연기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는 현행 상생법의 지침을 보강해 행정지도를 펼치면 법률개정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준비 중인 지침은 직영점에서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SSM에 대해서만 사업조정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처음부터 가맹점 형태로 입점하는 SSM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을 가할 수 없다. 이 또한 현재 사업조정 중인 곳은 제외돼있어 개정된 지침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밖에 정부는 유통법안이라도 먼저 통과시켜 전통시장 상인들이라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법안만 분리돼 통과되면 오히려 SSM 입점을 합법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유통법안은 전통시장 반경 500m에 대한 규제만을 담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되고 나면 500m를 벗어나 전통시장으로 가는 길목마다 SSM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입점, 시장 상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다.

나아가 대형유통회사들은 더욱 골목상권 깊숙이 파고들어 동네 소매점포 상인들의 생계터전을 앗아갈 것이다. 따라서 상생법안을 동시에 통과시켜 전통시장 반경 500m 밖의 가맹점 SSM에 대해서는 사업조정신청이라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사실 사업조정제도는 정부도 밝혔듯 대기업과 중소상인들 간의 자율협의를 유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강제조정의 수준은 미비하다. 골리앗과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상인들이 무슨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중소상인들은 이 싸움이라도 계속하면서 국회가 제대로 된 SSM규제 법안을 마련할 때까지 버텨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동안 법률전문가들은 현재 계류 중인 SSM규제 법안뿐 아니라 이 보다 훨씬 규제 수위가 높은 ‘입점 허가제’ 도입 역시 세계무역기구(WTO) 서비스무역협정에 위배되지 않음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제 국회는 더 이상 정부의 거짓말과 시간 끌기 작전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상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국회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외교통상부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국회 본연의 책무와 권한에 따라 두 법안을 동시에 당장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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