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미 노무법인 태일 공인노무사.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첫 일성인 ‘비지니스 프랜들리(business-friendly: 기업하기 좋은)’를 접했을 때 앞으로 노조활동 하기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걱정을 했고, 불행하게도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정부가 먼저 손을 댄 곳은 공무원노조와 공공기관이었다. 행정안전부가 직접 나서서 해고자와 전임자 활동을 문제 삼아 ‘공무원노조가 불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며 행정ㆍ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으르대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철도공사를 필두로 가스공사ㆍ전교조ㆍ사회연대연금ㆍ건강보험공단ㆍ기타 여러 국책연구기관에 대해 줄줄이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함으로써 기본적인 노조활동조차도 위축시켰다.

올해 들어 유행한 노조탄압의 유형은 노조설립 신고서 반려다. 현행 노조법에는 노조 설립 시 행정관청에 신고하면, 행정관청이 이를 심사해 노조설립필증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설립필증을 받지 못하면 노동조합이란 명칭도 사용할 수 없으며 법에서 인정하는 여러 가지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돼있다.

행정관청은 이를 악용해 조합원 13만명의 전국공무원노조, 우리나라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등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단결권마저 침해했다. 한마디로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불법노조’라는 것이다.

전교조에는 ‘해고 조합원들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거부할 시 불법으로 간주하겠다고 협박하며 노조활동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청년유니온의 설립신고서 반려 사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전국공무원노조의 경우 해직자가 조합활동을 한다는 이유다. 청년유니온은 구직자가 조합원에 포함돼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얼마 전 국가인권위는 가뭄에 단비 같은 권고결정(2010. 9. 30.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을 내렸다. 노조법은 노동3권의 보장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그 대상을 현실적 취업자에 한정할 필요가 없으므로 ‘근로자는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 해고자를 포괄하는 것’으로 고용노동부는 노조법에서의 근로자 정의 규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노동3권으로 우리 헌법에 보장된 권리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고 노조를 설립할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단결권은 국가의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 것이 그 핵심이며, 다른 권리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하는 권리로서 일시적인 행정편의에 의해 이를 희생하거나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다.

그럼에도 ‘다른 권리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하는 권리로서의 단결권’은 이 사회에서 부단히 제한돼왔다. 건설노동자ㆍ레미콘 기사ㆍ덤프트럭 기사ㆍ화물차 기ㆍ퀵서비스 종사자ㆍ대리운전 기사ㆍ학습지 교사ㆍ골프장 경기보조원 등 수많은 노동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앞서와 같이 취업 중이 아닌 해고자 또는 구직자, 실업자라는 이름으로.

노동계는 이번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을 일제히 환영하며,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의 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조설립신고 반려ㆍ취소 혹은 시정명령을 받은 공무원노조ㆍ교원노조ㆍ운수노조ㆍ청년유니온 등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나서야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권고를 이행할지, 그래서 본래 의미의 노조설립신고제를 넘어 노조를 통제하는 사전승인제도 또는 허가제와 같이 운영해온 관행이 개선될지, 노동자들의 단결권 행사가 폭넓게 허용될지, 10%대의 미미한 노조 조직률을 높일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어느 것도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언제나 그랬듯 작은 씨앗 하나를 보듬어 큰 결실로 이어내는 것은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