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가 이달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할 예정인 부평평생학습축제를 부평미군기지 운동장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측에 협조를 요청했으나, 미군 측이 허락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지를 개방할 수 없는 이유가 자기네들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란다. 군사시설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라니, 궁색한 변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지난달 29일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부평구한미친선협의회에서 홍미영 구청장이 장소 사용 협조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평구민들은 상당히 기대했다. 부평기지의 미군들과 시설들이 옮겨갈 평택기지 조성 사업이 지연되면서 당초 발표된 ‘2008년’보다 토지 반환이 상당 기간 늦춰지고 있어, 빨리 반환되길 바라며 이번 기회에 기지 땅이라도 밟고 싶은 마음이었을 게다.

게다가 미군기지 내 디아르엠오(DRMO: 주한미군 물자 재활용 유통센터 또는 폐품 처리소) 시설이 경북 김천시 아포읍으로 내년 3월까지 완전히 이전해 군사 기지로서 기능이 상당히 축소되고 있는 실정이라, 이제는 미군 측이 서서히 기지를 개방하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 달리 주한미군은 여전히 콧대 높은 태도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지난 추석연휴 집중호우 때 미군기지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기지 안에 고여 있던 물이 주변 상가 건물로 쏟아져 상당한 침수피해를 입혔는데, 이를 대하는 미군의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주한미군 측은 상가 건물의 침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평구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하기로 해놓고, 지난 12일 부평구 관계공무원들과 부평구의회 일부 의원을 기지로 불러 ‘자신들이 파악한 상황’을 설명하는 것으로 합동조사를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군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합동조사 요구에 형식적으로 응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의원들이 피해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빗물을 모으는 시설이나 우수관 등을 소홀히 관리한 것 아니냐고 따졌으나, 미군 측은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되풀이하며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단다.

의원들이 침수피해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자, 미군 측은 ‘부평구가 공문을 보내면 상부에 보고해 논의하겠다’고 했다는데, 역시 형식적인 답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평미군기지는 군사기지로서 그 기능을 점차 잃어왔다. 디아르엠오 시설의 이전은 그것을 더욱 가속화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미 반환 결정이 났고, 군사기지의 기능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기지로 인한 불편과 피해를 계속 감내하라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미군기지에 막혀 장고개길이 개통되지 않아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하나의 예다. 여전히 콧대 높은 자세로 불편함과 부당함을 제공하는 것은 주민들의 감정을 좋지 않게 하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는 것을 주한미군은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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