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암스님 정암명상치유센터
세상이 세분화되고 집단의 부속과 같이 바쁜 삶을 살면서 자신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빙의(憑依)된 사람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얼마 전 KBS 2TV ‘구미호 여우누이뎐’에서는 아역배우 서신애의 실감나는 빙의 연기를 볼 수 있었다. 윤초옥(서신애)은 연이(김유정)의 간(肝)을 먹고 구사일생 살아나지만, 연이의 혼령에 홀려 우물에 빠지게 된다.

이때 연이의 간을 내놓으라는 울부짖음을 듣게 되고, 자신이 연이의 간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겉잡을 수없는 큰 충격에 빠진다. 이후 초선은 연이의 어머니 구산댁이 준 징표 방울을 손에 쥔 후에는 완전히 빙의되어 몸은 초옥, 영혼은 연이로 살아가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어른들도 보여주기 쉽지 않은 어려운 연기를 아역배우 서신애는 드라마 속에서 신들린 듯한 모습으로 보여줘 감탄을 자아냈다.

빙의란 영어로 포세션(possession)이며 소유, 점유, 소유권, 재산의 뜻이 있고 형용사 포세씨드(possessed)는 사로잡힌, 홀린, 미친, 냉정한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한문으로는 ‘기댈 빙(憑)’ ‘의지할 의(依)’자로, 사전적 의미로는 의지함, 기댐 또는 다른 것에 몸이나 마음을 기대는 것이나, 영혼이 옮겨 붙는 것을 지칭한다.

인류 역사이래 빙의에 대한 기록은 전 대륙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종교적으로 가장 많은 체험과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빙의현상은 서양에서 먼저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연구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빙의가 잘되는 체질을 분류해 보면, 심리적으로는 예민하고 심약한 사람, 격심한 정신적 충격을 겪은 사람, 심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 심리적 고통과 혼란을 겪은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역리학(易理學)적으로는 겨울에 태어난 사람이 사주(四柱)가 차서 화(火)기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 귀문관살(鬼門關殺)이나 원진살(怨嗔殺)이 중첩되는 경우, 사주가 혼잡하고 충살(沖殺)이 많은 경우에 빙의가 잘 되며, 이들 중에는 간혹 신(神)들과 교류하는 채널러(Channeler)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환경적으로는 장례식장, 초상집, 제사집, 굿판, 낙태와 같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영혼의 이동이 이루어지는 장소, 신체적으로는 장기간의 투병으로 인한 심신쇠약, 알콜, 약물중독, 심장이 약하거나 간(肝), 신장(腎臟)이 약한 경우, 도박, 컴퓨터 중독, 운동부족, 수면부족에 의한 건전하지 못한 생활환경에서도 빙의가 될 수 있다.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빙의는 망상질환이라 하여 일종의 정신병으로 보고 있으나 단순히 정신병과는 그 원인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빙의 체질자는 병약 체질자로 불릴 만큼 자신의 몸을 쉽게 내주며, 저급령(低級靈)의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에 건강이 좋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쇠약한 상태를 보여준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병이 깊지는 않으나 얼굴이 창백하고 마음이 울적한 사람,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불안감과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 이유 없이 잦은 질병과 부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일단 빙의체질이 아닌가, 점검해보는 것이 좋다.

빙의는 인간과 비정상적인 영혼이 결합해서 파생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빙의는 단순한 정신과가 아닌, 반드시 영혼의 문제를 이해하는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빙의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퇴마(退魔)와는 다르다.

전통적으로 불교에서는 구천을 떠도는 모든 영혼들까지도 깨닫지 못해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는 불쌍한 중생의 하나로 본다. 따라서 빙의령을 제령하는 불교의식에는 병든 사람을 구해주는 구병시식(救病施食)과 원한을 갖고 떠도는 불특정 영혼들을 위한 화엄시식(華嚴施食) 등이 있다.

빙의 예방에는 올바른 생활습관, 긍정적인 사고와 세상을 향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의심암귀(疑心暗鬼)란 말이 있다. 의심하는 마음이 있으면 대수롭지 않은 일까지 두려워서 불안하고, 의심이 생기면 귀신이 생긴다는 뜻이다. 알콜이나 약물, 인터넷 중독을 멀리하고 정갈한 명상수행을 통한 심신단련과 올바른 생활에는 빙의가 머무를 곳이 없다.

또한 세상을 향한 소통과 감사, 용서와 축복의 삶을 일상화하면 빙의체질도 건강한 체질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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