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지난 6.2지방선거이후 지방권력이 바뀌면서 지금 인천에는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습니다. 5년 넘게 논란이 되었던 계양산 골프장 문제는 인천시의 공원조성과 보호조례제정 계획발표로 일단락되었고, 경인운하와 강화조력발전소 문제는 재검토하기로 했으며, 굴업도 개발문제도 사업제안자가 일단 자진 철회한 상태입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후퇴하는 정책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바로 자전거입니다. 그동안 인천시는 전 지구적 요구에 따라 ‘자전거이용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백억원의 예산까지 편성했습니다.

그러나 도시축전 등 시간에 쫓겨 너무 서둘렀고, 시민과 함께함이 부족했고, 다른 실패 사례들처럼 성과위주의 보여주기에 치우쳐 민선5기 인천시 출범과 함께 인천시 자전거는 멈춘 상태입니다. 2010년 하반기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고 2011년에도 자전거 예산은 반영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시대 자전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동안 각종 민원 발생, 자전거이용자 저조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천시가 도심에서의 자동차 억제, 대중교통과 자전거 활성화라는 방향 설정은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다만 적절한 시범지역 선정 운영과 수정보완 후 확대 실시, 자전거 타기와 자전거철학 교육을 통한 공감대 확산을 주문한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철도와의 연계에서도 자전거레일과 전동차 내 거치대를 설치하고도 휴일에만 이용하도록 하는 등 생활자전거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전거를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변화와 피크오일로 인해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 중심에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철과 석유 등의 자원을 집어삼키며 죽음의 연기를 쉴 새 없이 내뱉고 있습니다. 또한 그를 위한 도로는 생명을 위한 공간을 무차별적으로 분할하고 심지어는 그 바퀴에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자신 또한 파국을 향해 질주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를 위해 우리나라의 등줄기인 백두대간과 한남정맥의 산허리는 잘려나가고 하천의 숨통은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다릅니다. 자전거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두발과 두 팔만으로 움직여 에너지 독립이며 한 뼘의 땅이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의 상징입니다.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석유의 수입을 줄여 국가경제에 도움을 주는 애국의 상징이며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평등이고 모든 생명과 공존하는 평화와 섬김의 상징입니다.

자전거도시는 사람 사는 ‘착한’ 도시입니다

‘소통’의 인천시가 자전거를 멈춰 세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자동차와 자전거간 도로 공간 배분에서의 갈등 때문입니다. 즉 주어진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간의 적절한 분배가 필요한데 그동안의 일방적인 자전거정책이 자동차의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전거 활성화정책을 펴는 모든 국가와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은 자동차공간을 자전거에게 재분배해 안전하고 달리고 싶은 자전거도로를 제공하는 일입니다. ‘도로 다이어트’가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답이었습니다. 기존의 차도를 좁히면 교통체증과 안전사고를 우려하나 독일, 네덜란드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자전거이용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면 자동차 교통체증이 해소되고 교통사고도 줄어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천은 수도 서울의 관문으로 인천항, 인천공항을 통한 인구이동과 물동량이 많은 곳입니다. 인천에서 자동차에 의한 교통량 발생이 불가피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고 교통정책은 자동차 중심이었고 시민들의 삶은 항상 뒷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민들은 정주의식을 갖지 못하고 항상 ‘뜨내기’인생이었습니다.

이제 인천이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도시가 자동차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이어야 합니다. 그 시작에 자전거가 있습니다. 자전거도시는 단순히 자전거만의 도시가 아닙니다. 자전거에 안전한 도시는 유모차와 휠체어뿐 아니라 보행자, 시민들이 행복한 도시로, 이웃이 있어 사람냄새가 나는 도시인 것입니다.

물론 도시민들은 이미 자동차의 편리함에 길들여졌고 도시구조도 자동차 중심이라 결코 쉽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피크오일시대에 자전거 생활화를 더 이상 미룰 순 없습니다. 도심에서의 자동차 통행억제, 대중교통과 자전거 활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입니다. ‘빨리’가 아닌 ‘함께’의 마음이면 자전거도시 인천, 결코 꿈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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