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암스님 정암명상치유센터
점심(點心)이라는 말의 어원을 찾아보니 배고픔을 요기하며 마음에 점을 찍고 넘겼다는 뜻과 한 끼 식사 중에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동안에 먹는 간단한 음식이란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농경시대로 접어든 삼국시대의 왕가에서는 1일 3식을 했고, 귀족층에서는 평상시에 1일 2식이었으며 유사시에는 1식을 했다고 한다.

평민들은 1일 2식, 매일 일을 하게 됨에 따라 아침과 저녁 사이에 시장기를 면하려고 아침에 남겼던 밥을 간단히 먹는 것으로 점심을 삼았다고 한다. 요즘은 다이어트다 모다 해서 먹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작아졌지만 예전에는 밥 먹는 일에도 계급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덕산(德山) 스님은 일찍이 출가해 모든 경전에 박학했고 특히 금강경에 정통해, 그를 아는 스님들이 그의 속성 주(周)씨를 붙여 주금강(周金剛)이라고 칭했다.

그는 자신의 학식에 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남방에서 불경을 외우며 공부하지는 않고 부처님의 마음으로 바로 가는(直指人心 見性成佛) 수행법인 선종(禪宗)이 크게 유행한다는 소리를 듣고서는 그들의 잘못된 불교 공부를 깨우쳐 주리라 결심하고 광주리에 금강경청룡소초를 넣어 짊어지고 용담(龍潭) 선사가 가르치고 있던 호남지방을 향한다.

용담사 입구에서 배가 고파 잠시 짐을 내려놓고 그곳에 있던 호떡장수 할머니로부터 떡을 사려고 하는데, 떡장수 할머니는 덕산의 광주리를 가리키며 무슨 책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덕산 스님이 금강경청룡소초라고 대답하자 호떡을 파는 할머니가 다음과 같이 질문하는 것이었다. “여쭈어 볼 말씀이 있는데 대답을 잘 해주시면 점심을 공짜로 대접하고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로 가 보십시오. 금강경에 보면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過去心 不可得)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現在心 不可得)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未來心 不可得)’고 했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어느 마음에 점심을 드시고자 하십니까?(未審上座點個心?)”

점심에 대한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금강경을 공부해 막힘이 없는 최고의 경지까지 올랐다고 자부했던 덕산 스님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점심을 먹지 못하고 용담사로 가게 됐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우수한 선생님이었다. 어려서 집안의 가난을 극복하려 열심히 공부했고, 교사로 임용된 이후에도 항상 노력해 책을 손에서 놔 본적이 없는 건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를 학교법인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심성교육의 일환인 마음수련 프로그램에 보냈다.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그가 볼 때 자기에게는 시간 낭비였고 모두가 아는 것 투성이었다. 강사가 지도하는 그것은 이 책에서 보았고, 저것은 저 책에서 보았기 때문에 영 재미가 없는 것이었다. 강의 도중에 자신이 모르는 새로운 것에는 은근히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안다병’에 걸린 자존심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니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수련분위기를 흐리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함께 하며 그를 지켜보던 나이 지긋한 대기업 간부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학생을 가르칠 때 한 학생이 이미 학원을 다니고 과외를 해서 선생님이 가르칠 수업을 다 알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 교육을 시킵니까?”

그는 이 질문에 얼굴이 벌겋게 변하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그 사건 이후 그의 태도가 바뀌었냐하면, 전혀 바뀌지 않았다.

그가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어려서부터 성장과정에 쌓인 열등감과 마음의 상처에 기인하는 것이리라 이해는 했지만, 그의 태도를 보는 내내 그와 함께하는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학교교육에 대해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성인과 범인의 차이는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덕산 스님은 노파(老婆)와 한 약속대로 점심을 먹지 않았고, 자신의 잘못을 아는 순간 “천하의 온갖 지식과 재주를 다 가졌다고 해도 넓은 허공에 터럭 하나를 던지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세상의 중요한 일을 다 안다고 해도 물 한 방울을 넓은 바다에 떨어뜨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머리 숙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다시 시작해 중국대륙의 정신세계를 호령하는 큰 스승이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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