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다음 달 15일 새롭게 발족

“문화수용자 운동으로 인천문화 바꾸겠다”



▲ 10년 전부터 좋은 공연을 유치해 인천시민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해 왔던 시민문화센터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로 새롭게 출발하면서 문화수용자 운동으로 인천에 행복한 문화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사진은 1990년 시민문화센터가 개최한 ‘윤도현과 함께 하는 청년축제’

10년 전 시민문화센터로 시작해 연극, 영화제, 콘서트, 음악회, 뮤지컬, 미술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로 인천시민을 만나 온 인천시민문화센터가 다음 달 15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로 새롭게 발족한다.
인천지역에 새로이 생기는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는 앞으로 문화수용자운동을 펼쳐가겠다고 선언하고 발족과 더불어 인천문화를 바꿀 ‘문화바람’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문화수용자운동은 아직까지는 낯선 용어다. 문화예술 창작자 입장의 문화예술단체는 지금까지 여럿 있었지만,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수용자 단체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객은 공연장 무대나 전시실, 광장에 오르는 문화예술 작품을 찾아가 감상하는 수동적 존재였다. 그러나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는 바로 그 수동적 존재였던 관객의 힘으로 침체의 늪에 빠진 인천문화를 살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인천에는 문화가 없다

인천에 문화예술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낙후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지적돼 온 바 있다. 그러나 단지 시설의 부족만으로 인천의 척박한 문화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수한 멀티플렉스 극장이 성업 중이고, 지금도 꾸준히 느는 추세지만 상업논리에 밀려 관객들을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한 예술영화를 상영할 예술영화전용관은 없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우리 구를 제외한 여러 구가 공연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찾아가 관람하고 싶은 좋은 공연은 찾기 힘들다.
인천시와 부평구가 꾸준히 녹지 늘리기 사업을 진행해 온 결과 동네 구석구석에 공원은 많이 있지만, 풍요로운 공원문화는 없다.
대표적인 축제인 부평풍물대축제를 비롯해 거의 모든 구에서 매년 축제를 진행하지만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어 즐기는 축제문화는 아직 미흡하다.

 

그러나 인천에는 시민들이 있다

단지 기반시설의 부족 때문이라고 탓하는 것은 형식만 갖춰지면 내용은 알아서 채워질 것이라는 안일한 발상에 다름 아니다.
인천시나 우리 구 등 행정관청에서 문화욕구를 조사할 때마다 기반시설 부족이 수위에 드는 것은 단지 시설부족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문화예술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의 소수 극장에서만 상영돼 인천시민에게는 관람의 기회조차 없었던 디지털영화 ‘마이 제너레이션’(노동석 감독)은 한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인천시민의 노력으로 올해 1월 동인천 애관극장에서 인천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2년 전 인천 만석동과 월미도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정재은 감독)가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한 적이 있었다. ‘돈이 안 되는’ 영화였기에 당연히 극장은 채 1주일만에 간판을 내렸다.
그때 인천시민들은 ‘재상영 운동’을 벌였고, 시민의 힘으로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수천 명의 인천시민과 만나게 되었다.
인천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욕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작년 1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만들어진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인천사람들’이라는 모임은 ‘여섯개의 시선’ ‘오구’ ‘송환’ 등 1년 동안 상업논리에 밀려 관객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여섯 편의 우리영화를 상영했다.
이렇듯 인천에는 척박한 인천문화를 안타까워하며 직접 나서서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이 있다.

 

문화수용자가 직접 만드는 ‘문화바람’

12월 발족할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운동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사무국장 임승관씨는 “인천은 문화 분야에 있어서는 공황상태나 다름없다”며 “창작자는 관객이 없어서 창작의욕을 얻지 못하고 관객들은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가 없어 체념하고 있다”고 현재의 인천문화를 진단한다. 그러나 “관객들의 욕구를 모을 수 있는 틀만 있다면, 관객으로부터 인천문화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다.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의 문화바람 회원이 되어 월 1만원의 회비를 내면,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1년에 5개 이상의 질 좋은 작품을 유치해 시민들과 만나게 한다는 것이 계획. 문화바람 회원들이 공연, 영화, 전시 등을 직접 선택하고 관람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인천문화는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감독과의 대화’와 같은 창작자와 수용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계획이며, 다양한 문화예술 강좌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숨어 있는 문화정보와 유용한 문화예술 지식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앞으로 시민들의 문화바람이 인천 곳곳에 행복한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될 것”이라는 임 사무국장의 바람이 담긴 약속에서 풍요로운 문화가 있는 인천을 꿈꾸게 된다.

문의·442-8017  www.prople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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