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이 어디 갔지?

“얘들아, 우리 우포늪 가자!” “거기가 어디에 있는데요?” “몰라, 알아 봐야지”
읽어보려고 챙겨놓고는 읽지도 못하고, 책꽂이에만 꽂아두었던 <원시의 자연습지, 그 생태보고서 우포늪>(지성사)을 꺼내 ‘우포늪 가는 길’이라는 단락만 후딱 살펴봤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글씨가 목포제방이었다. “얘들아, 여기 보니까 우포늪은 목포인 것 같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더위가 한창이던 7월 마지막주 주말에 아이들 셋과 함께 집을 나섰다. 목적지만 정해놓고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있던 터라 떠나기 직전 어느 길로 가야 하나 지도를 펴드는데, 목포에는 우포늪이란 지명이 없었다. “큰일났다. 우포늪이 어디 갔지?”
지도책을 아무리 뒤져도 잘 모르겠고, 낙동강 근처라는 것만 알아냈다. “세상에… 어디 낙동강이 한두 군데야? 흘러흘러 강물인데.” 투덜거리며 다시 <낙동강을 따라가 보자>(금샘미디어)라는 책을 뒤지니 우포늪은 경남 창녕이라고 적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한 우리는 대여섯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포늪 생태학습원’에 요금을 지불하고는 늪부터 가보려고 나서는데, 지킴이 할머니가 지금 나가면 너무 더워 제대로 보기 힘들고 지치니 해질녘에나 나가보란다. 결국 취사장에서 저녁을 해먹고 나섰다.
‘늪이란 질척질척한 진흙탕’이라고만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원시시대가 이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우포늪엔 공룡 똥구멍이 있다>(푸른책들)라는 동화책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지 더욱 흥미로워했다. 더구나 평소에 자주 접하지 못했던 수생식물과 논우렁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두워지는지도 못 느끼다가 눈을 들어보니 이미 주변이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돌아오는데, 뱀이 잽싸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자연 상태의 뱀을 처음 보는 아이들은 그저 신났다.
다음날 조금 늦은 새벽에 다시 늪에 나갔다. 전날밤과는 느낌이 또 다르다. 새들도 더 많았다. 보통 ‘철새탐사’를 가면 차소리에 새들이 다 날아가버려 관찰이 어려운데, 우포늪은 차를 먼 주차장에 세우기 때문에 새들이 날아가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뱀이 차에 깔려 죽은 것이 눈에 띄는 것을 보니 차를 끌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나 보다.
아침을 지어먹고 우포를 떠나면서 여기가 이만큼이라도 지켜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포에 관한 책 세권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퀴즈 풀듯 책을 뒤져가며 여행을 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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